‘구제받은' 손민한, NC에서의 진짜 역할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16 06: 12

한때 그는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도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던 최고 투수였다. 구위가 평소만 못하면 예리한 제구로 타자를 요리했고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어떻게든 제 몫을 해내며 클래스를 보여줬다.
이제는 신생팀의 신고 선수. 그러나 단순한 신고 선수가 아니라 후배들에게 참된 경험을 전해주고 제대로 된 자양분을 제공하는 선배로서 팀을 살찌워야 한다. NC 다이노스의 신고 선수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피우게 될 손민한(38)이다.
NC는 지난 15일 “손민한과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원에 신고선수 계약을 맺었다”라고 밝혔다. 1997년 롯데의 1차 우선 지명자로 입단한 손민한은 입단 초기 부상으로 주춤했으나 2000시즌 12승을 올리며 롯데의 주력 투수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 2001년 공동 다승왕(15승), 2005년 다승왕(18승)-MVP,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며 통산 103승을 거뒀다. 롯데의 암흑기를 외롭게 지켰고 롯데가 강호로 떠오르던 순간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손민한이다.

그러나 어깨 부상에 이은 선수협 회장 시절 파행 운영과 관련한 책임론에 묶여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은 뒤 방출 수순까지 밟았다. 최고 투수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던 손민한은 박재홍 전 선수협 회장이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손민한의 구제를 요청, 공식적인 사과의 자리를 가졌다. 제대로 용서를 빌고 다시 야구에 도전하라는 박 전 회장의 배려였다. 그리고 손민한은 NC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군에서 제 위력을 발산할 만한 몸 상태와 구위를 되찾고 1군 무대에 올라 팬들 앞에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부분은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팬들 앞에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다. 무적 신세로 마음 아파하던 손민한에 대해 김경문 감독도 “야구 선배로서 민한이가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며 용서를 빌고 다시 제대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랐고 이제 그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빠른 1975년생으로 손민한의 동기들은 모두 우리 나이 불혹. 사실상 불혹의 투수에게 NC가 한 시즌 10승 이상이 보장된 에이스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NC가 손민한에게 다시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지난 2011년 말 손민한의 영입을 타진하며 이렇게 밝혔다.
"오랫동안 타 팀 코칭스태프 입장으로 상대했으나 그래도 민한이는 내게도 야구 후배다. 단순한 야구 후배가 아니라 과거 대단한 족적을 남긴 투수다. 선수 본인도 재기하고 싶다는 의지가 대단하더라. 야구 선배로서 손민한의 재기를 돕고 싶다".
대단한 족적. 그만큼 컨디션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자기 투구 패턴을 능수능란하게 가져갔던 투수였다. 실제로 2009년 손민한은 어깨가 좋지 않아 실전 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나서 6승을 올렸던 바 있다. 140km도 넘지 못하는 직구였으나 낮게 제구하며 타자들의 범타를 이끌어내다 어깨 상태가 악화되며 전열 이탈했던 손민한이다. 힘으로 윽박지르려는 젊은 투수들이 많은 NC에서 경험을 갖춘 손민한은 경기력의 멘토이자 마운드의 코칭스태프가 될 수 있다.
롯데와의 맞대결에 있어서도 손민한은 흥행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손민한은 암흑기 에이스로 활약했음은 물론이고 2008시즌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던 순간 주축 선발로서 로테이션을 지켰다. 한때 부산을 대표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손민한이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한 NC에서 재기한다면 부산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롯데와의 '부창 시리즈'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수 있다. "다시 어깨가 아프지 않다면"이라는 조건에 합당할 경우 손민한은 공룡 군단의 맏형으로 새 야구인생을 쓸 수 있다.
공식적인 사과를 통해 선수협에 용서를 구한 손민한. 그리고 이제는 팬들이 운집한 구장에서 제대로 된 사과의 자리 그리고 부활의 기회를 얻기 위해 NC의 문을 두드렸다. 전직 ‘롯데 암흑기 에이스’는 신생팀 NC 후배들에게 값진 경험을 전해주고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며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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