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과의 3연전을 앞두기까지 그들이 단 1승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있었을까. 개막 2연전을 모두 끝내기로 패할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13연패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은 개막 13연패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 이글스의 현주소다.
한화는 16~18일 안방 대전에서 신생팀 NC 다이노스와 3연전을 갖는다. 시즌 전 약체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15일까지 한화는 승리 없이 13패를 기록 중. 팀 평균자책점 6.95(9위)에 팀 타율은 2할3푼9리로 7위. 그러나 팀 득점은 32점, 팀 홈런 1개로 최하위다. 극심한 투타 엇박자 속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화다.
하락폭이 크다보니 선수단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승부사’ 김응룡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말을 아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고 각오를 다졌으나 아직까지 첫 승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실점이 이어지다보니 추진력마저 그대로 사라졌던 지난 13경기 동안의 한화다.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선수단 전체가 반성할 부분이 많다. 투수진을 살펴보면 선발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단 두 번에 불과하다는 점은 문제.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 투수들이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조차 성공하지 못하며 경기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끌려가는 형국이다. 계투진이라도 버텨준다면 모를까 마무리로 낙점되었던 안승민이 1패 평균자책점 10.80에 그치는 등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이대수(3할6푼7리), 김태균(3할4푼), 오선진(3할1푼1리) 등이 분전 중인 타선도 아쉽다. 한때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도 불렸던 이글스 타선의 장타율은 불과 2할8푼6리에 출루율도 3할1리로 모두 최하위다. 삼진은 106개로 가장 많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모두 합친 OPS는 5할8푼7리에 불과하다. 도루는 6개, 성공률 54.5%로 모두 8위다. 실책은 8개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굉장히 많았다. 공수주에서 총체적 난국이다.
이전부터 환경이 척박한 이유도 있다. 과거 한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소극적인 구단이었으며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의존도가 높은 동시에 유망주들의 병역 해결에도 확실히 대처하지 못했다. 전임 한대화 감독은 리빌딩을 염두에 뒀으나 “쓸 만한 유망주다 싶으면 십중팔구 군 문제가 걸려있더라”라며 혀를 찼다. 이외에도 이전부터 산적한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던 한화다.
그러나 시즌 초반 당장 1승이 급한 상태에서 책임론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선수들 스스로가 그라운드에서 상대보다 더욱 강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분개하고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 더 밀려버리면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다. 후배 NC에게도 부끄러운 일이고 함께 뛰는 타 구단에도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적자생존의 무대에서 승리를 구걸할 수는 없다.
지난 4년 간 8-8-6-8의 순위 궤적을 그리면서도 한화 야구가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의 몫도 컸지만 수 차례 은퇴 위기에 몰렸던 박정진이 A급 좌완계투로 활약하며 팀을 지탱하기도 했고 두산에서 자리를 잃고 이적해 온 이대수가 2011년 골든글러브 유격수로 변모한 둥지도 한화다. 지금은 팀을 떠나 은퇴했지만 두산에서 쫓겨난 정원석은 한화에서 풀타임 3할 2루수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한화는 최하위가 자명한 순간 기동력 야구로 고춧가루 부대 노릇을 했다. ‘한화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팀의 일원으로서 13경기 동안 이기게 하지 못했다’라는 자기 반성과 함께 '할 수 있다'라는 대단한 투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나는 그동안 못하지 않았다'라는 자기 위안도 지금은 접어둬야 할 때. 팀 전체가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다시 더욱 깊은 곳으로 고꾸라진다. 적자생존의 프로야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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