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1승이 참 어려웠다. 하지만 그 후 행보는 엇갈리고 있다. 한화는 개막 후 13연패에 빠진 반면 NC는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결국 한화도 NC의 연패 탈출 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막 후 7연패에 빠졌던 NC는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역사적인 1군 첫 승을 거뒀다. 한 번 물꼬를 트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그 후로는 경기력과 결과 모두가 나아졌다. 지난 주말 SK와의 마산 3연전에서는 2승1패를 거두며 역사상 첫 위닝 시리즈를 장식하기도 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첫 승 이후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어이없는 실책이 줄었다”고 1승 효과를 설명했다.
물론 NC도 연패 과정에서 속앓이가 심했다. 신생팀이라는 면죄부가 있긴 했지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나 구단 관계자는 없다. 여기에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NC는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다. 연패가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전반적으로 급해졌다. 실책이 속출했던 하나의 이유다. 고참 선수들도 성적이 나지 않다 보니 전면에 나서 후배들을 다독이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여기까지는 NC와 한화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화도 경기가 지독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번 꼬인 실타래가 여기저기 엉켜있다. NC에 비하면 기대치가 더 높았기에 선수들의 심리적 조급함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연패에 대처하는 방법은 조금 달랐다. NC가 가까스로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트레스를 적절히 잘 제어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부터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의 실책도 감독이 감싸 안았다. 스스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선수들의 기가 죽는다. 그러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선발 라인업도 큰 틀을 흔들지는 않았다. 개막 라인업과 비교하면 몇몇 변화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믿음의 야구를 추구했다. “뛰면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팀 분위기도 밝게 가져갔다. 첫 승을 이끈 투수 이재학은 12일 마산 SK전을 앞두고 “밝은 팀 분위기 덕이다”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으로는 신생팀다운 패기는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호준은 14일 마산 SK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젊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그걸 보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이에 비하면 한화는 선수들은 물론 벤치부터 쫓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한화는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에서 파격적인 마운드 운영을 선보였다. 쉬었거나 쉴 예정이 없는데도 12일부터 투수 8명을 썼다. 13일부터는 한술을 더 떴다. 선발 유창식에 이어 또 다른 선발 요원인 이브랜드까지 올렸다. 14일에는 12일 선발이었던 김혁민을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썼다.
그러나 명분도, 실리도 모두 찾지 못했다. 한화 마운드는 3경기에서 19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1승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10경기 남짓을 했을 뿐이다. 잘못하면 투수들의 리듬이 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순리대로 운영한 NC는 그 사이 3승을 거뒀다.
타순도 너무 자주 바꾸면 문제가 될 수 있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상대 좌완 선발 장원삼을 의식해 라인업 전체를 우타자로 채웠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주말 3연전에는 4할1푼의 맹타를 휘두르던 이대수를 3번으로 투입하며 반전에 나섰으나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한화는 개막 후 총 23명의 야수들이 라인업에 선발 혹은 교체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9개 구단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이에 비해 팀 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도 문제다. 전원이 삭발을 감행하며 투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경기장에서는 위축된 기색이 역력하다. 선취점을 내야 한다는, 혹은 선취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짙게 깔리다보니 경기 초반에는 더더욱 제 기량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강한 팀이 아닌 한화가 가지고 있는 전력마저 보여주지 못하니 연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반면 NC는 그들이 가진 기량만 보여주자는 태도로 경기에 임하고 있고 성적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한화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 한화가 과연 NC의 사례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한화는 먼저 연패에서 탈출한 NC와 홈에서 주중 3연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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