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답답한 타격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SK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위안거리는 분명 있다. 바로 최근 흉작을 면치 못했던 외국인 농사의 대박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팀에서는 SK 외국인 역사를 다시 쓸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SK는 개막 후 5승6패를 기록하며 7위에 처져 있다. 선두 삼성·KIA와의 승차는 아직 2.5경기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다. 그래도 선발 야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선수들의 이적 및 부상으로 불펜 전력이 예전만 못한 SK로서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조조 레이예스(29)와 크리스 세든(30)이라는 두 외국인 선수가 있다.
나란히 개막 1·2선발로 출격한 두 선수는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레이예스는 3경기에 나서 2승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일 문학 넥센전에서는 올 시즌 리그 투수 중 처음으로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세든도 힘을 내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문학 LG전에서는 성적이 썩 좋지 않았으나 그 후 2경기에서 모두 8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1.71의 성적이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흐름도 긍정적이다. 모두 왼손인 두 선수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레이예스는 빠르면서도 묵직한 구위,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췄다. 세든은 193㎝에서 나오는 각이 큰 공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제구가 불안하다는 점이 있었으나 현재 상태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국 마운드와 스트라이크존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게 팀 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쯤 되자 그간 SK를 감싸 돌았던 팀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SK는 외국인 투수 선발에서 아주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2000년 창단 이후 2006년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가 하나도 없었다. 2007년 케니 레이번과 마이크 로마노, 2009년 게리 글로버, 2010년 카도쿠라 켄 정도가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투수였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원인 중 하나도 외국인 투수였다. 2011년에는 게리 글로버(7승), 짐 메그레인(2승), 브라이언 고든(6승)이라는 세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15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는 더 심했다. 아퀼리노 로페즈(3승), 마리오 산티아고(6승), 데이브 부시(4승)의 승수는 13승이었다. 브랜든 나이트(넥센·16승) 혼자 거둔 승수보다도 못했다.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삼성의 두 외국인 투수(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이 거둔 25승과는 큰 차이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예스와 세든의 호투는 분명 긍정적이다. 아직 시간을 좀 더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구위 외에도 경기운영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닝소화능력도 뛰어나다. 각각 3번 등판한 가운데 레이예스는 23⅓이닝, 세든은 21이닝을 던졌다. 7이닝 정도는 막아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SK가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가장 크게 받은 해는 2007년이었다. 당시 레이번은 32경기에서 17승8패 평균자책점 3.27을, 로마노는 32경기에서 12승4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레이번의 17승은 SK 외국인 투수 역사상 단일시즌 최다승이기도 하다. 과연 ‘세이예스’ 듀오가 2007년 두 선수의 활약을 재현할 수 있을까. 레이번-로마노를 앞세운 SK는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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