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최무성 “살인마? 찌질한 연기가 잘 맞아”[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4.16 08: 16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머리에 편안한 바지와 티셔츠, 평범한 재킷. 그리고 쑥스러운 듯한 인사. 수수함과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배우 최무성(45)의 모습은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의 기러기 아빠 최무성과 영화 ‘연애의 온도’의 김 과장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이 배우, 이렇게 소박한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인육을 뜯어 먹는 살인마, ‘세븐데이즈’에서 잔혹한 살인범 역할로 관객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고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는 능청스러움으로 관객들을 웃겼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무성은 ‘베를린’에서 멀끔하게 슈트를 입고 안경까지 착용, 스마트한 매력을 풍기며 여성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연애의 온도’에서는 런닝셔츠를 입고 후덕한 인상으로 친근함을 풍긴다. 최무성은 김 과장이 실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이 ‘청담동 살아요’의 결정판이에요. 이런 캐릭터가 맘이 편해요. 센 캐릭터는 마음이 불편해요. 상대 배우를 해치기도 하고 험한 소리를 하는 것도 맘이 편치 않죠. 찌질한 게 마음이 편하고 연기할 때 릴렉스도 쉽죠. 김 과장의 말투나 느낌이 저와 비슷한 게 많아요. 그래서 평소의 제 느낌을 많이 살렸죠.”
소름 끼치는 잔인함과 동시에 찌질함이 공존하는 최무성. 한 배우가 극과 극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이것이 가능한 이유로 자신의 ‘평범함’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제가 인지도가 약하니까 다양한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인상이 배우 같지 않아요. 강한 얼굴이었다면 방해를 받았을 텐데 평범하게 생겨서 어떤 캐릭터든 잘 입힐 수 있는 것 같아요. 장단점이 있긴 하죠. 저 같은 경우는 개성 있는 배우들에 비해 대중한테 어필하기 쉽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나만의 색깔을 잡을 수 있죠.”
평범한 얼굴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좀 더 돋보이고 싶은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최무성은 욕심을 부려서 튀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건강한 작업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싶을 뿐이다.
“연기는 정직한 게 좋습니다. 더 욕심내서 해봤자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요. ‘왜 저렇게 과장되게 연기했지’라는 건 없어요. 조금 더 들어내려고 했지 넘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튀려고 하는 건 제 기질과 맞지 않기도 하고 되지도 않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저한테는 건강한 작업이 아닌 것 같아요.”
최무성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캐릭터에 담아 연기하는 배우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 역할에 맞는 연기를 온전히 해낸다. 모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갖춘 최무성. 그의 진가를 알고 이제는 최무성을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졌다.
“‘청담동 살아요’를 10개월 하니까 쇼핑센터 가면 주부들이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기존 영화에서 살인마같이 강한 역할을 해서 여자들이 저를 안 좋아할 만한데 ‘청담동 살아요’ 덕에 알아보는 사람들 폭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베를린’, ‘연애의 온도’를 통해서 젊은 사람들하고 여성분 사이에 제가 좀 알려진 것 같아요.”
이제 최무성은 또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다. 오는 5월 방송되는 JTBC 새 주말드라마 ‘언더커버’에서 조폭 문덕배 역을 맡았다. 김 과장과는 정반대되는 인물. 최무성은 문덕배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날카로워 보여야 하는 캐릭터라 살을 빼고 있어요. 등산도 하고 음식도 조절하고 있죠. ‘연애의 온도’ 때보다는 빠져가고 있다.”
2005년 데뷔작 영화 ‘사과’부터 ‘음란서생’, ‘베스트셀러’, ‘베를린’, ‘연애의 온도’, 그리고 곧 방송될 ‘언더버커’까지 데뷔한 지 8년 동안 총 24편에 출연한 최무성. 이제 한 방을 노릴 만도 하지만 최무성은 그렇지 않다. 계속 연기하는 것이 목표고 행복이다.
“연기를 통해서 행복하고 살고 싶어요. 한 방을 바랄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내가 일하면서 행복한 게 한 방이죠. 한 방보다 상황이 안 좋아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몸이 아프다던가 연기가 식상해지고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심각한 거죠. 연기가 생계를 책임지는 데 큰 역할을 해주니까 보람이 있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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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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