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마침내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화는 16일 대전 NC전에서 김태균의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천신만고 끝에 6-4로 승리, 시즌 개막 17일 만에 1승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 역시 한화는 선취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선발투수 바티스타가 야수진의 불안한 수비에도 11탈삼진 역투를 펼쳤고 바티스타에 이어 6회 마운드를 밟은 송창식은 무실점으로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개막 연패 신기록의 치욕 속에 나온 이번 승리는 한화 김응룡 감독에게 특히나 귀중했다. 지난해 10월 한화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그동안 오직 승리만을 경험했었다. 11번의 한국시리즈 중 10번을 승리했고 여러 악조건도 모두 이겨냈다.
그만큼 이번 연패는 김 감독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지난 며칠 동안 취재진과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위엄이 깊은 연패로 인해 퇴색됐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보인 마운드 총동원 전력이 자충수가 되면서 비난은 한층 심해졌다.
결국 김 감독은 다시 정공법을 택해 돌파구를 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해태 왕조를 건설하고 삼성 왕조의 시작을 다진 김 감독에게 유난히 힘들었던 2013시즌 초반. 이날 승리는 그동안 김 감독이 거둔 어떤 승리보다 귀중한 승리가 됐다.
이제 시작이다. 비록 다른 팀보다 시작이 17일 늦었지만 아직 114경기나 남았다. 한화가 정비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막 13연패를 기록할 정도의 팀은 아니다. 중심타선은 힘이 있고 선발진에 자리한 외국인 원투펀치와 유망주 투수들의 잠재력도 뛰어나다. 불안한 외야진도 다음 달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한층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김 감독은 1990년대말 최악의 상황에서도 해태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2년에는 만년 2인자 삼성을 구제하며 삼성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뤄냈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어떻게든 팀을 강하게 했다. 지난 5년 동안 패배에 익숙해진 한화가 김 감독을 선임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분명한 점은 한화가 기대했던 김 감독의 지도력이 발휘될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경기 후 김 감독 역시 “20년 이상 감독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한화 팬들에게 죄송했다. 끝까지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며 꼭 보답하겠다”고 지금 1승이 무수히 많은 승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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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