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도 실력도 달라진 이천수, "죽기 살기로 뛰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4.16 22: 34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인천은 16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홈경기에서 올 시즌 첫 선발 출격한 이천수를 앞세워 맹공을 퍼부었지만 결국 0-0으로 비겼다. 인천은 3경기 연속 무패행진(1승 2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인천의 베스트 라인업 중 유일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붙박이 왼쪽 날개 남준재 대신 이천수의 선발 출격이었다. 지난달 31일 대전전을 통해 1381일 만에 K리그 무대에 복귀한 이천수는 포항 스틸러스전 교체 출전 이후 3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1년 11월 26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전 이후 1년 5개월 만의 선발 출격.

감회가 남달랐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임의탈퇴로 곤욕을 치렀던 전남이었다. 괜스레 불미스러운 잡음을 일으키기 싫었다. 예전의 악동 이천수가 아니다. 천사로 돌아왔다. 경합을 벌인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남 서포터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천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던 원정 팬들도 이천수의 달라진 태도에 박수로 화답했다.
실로 오랜만에 선발 출격이었던 만큼 경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을 정도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이천수는 경기 후 인터뷰서 "정신이 없었다. 이 자리에 올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선발로 나간다는 자체가 새로웠다. 정말 즐거웠다"고 가슴 뛰는 소감을 전했다.
앞서 교체 출전했던 2경기서 아쉬움을 남긴 이천수는 이날 전반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 들어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천의 공격의 대부분 이천수의 발에서 시작됐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았고, 연신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동료 선수들이 전방에서 방점을 찍지 못했지만 명불허전 기량을 뽐냈다.
"후반 30분 다리에 쥐가 났는데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 끝까지 죽기 살기로 뛰었다"는 이천수는 "후반 막판에는 나도 힘들고 상대도 힘들었을 것이다. 공간이 많이 생겨 기술적인 부분이 빛을 발하는 시간대다. 그래서 후반 활약이 더 눈에 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이어 "감회가 새로웠다. 100% 준비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감독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에둘러 전하며 "기술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실전 경기를 통해 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든 것이 변했다. 본연의 기량도 올라오고 있지만 실력만큼이나 정말 중요한 멘탈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부활의 날갯짓을 이제 막 펼치기 시작한 이천수의 발끝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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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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