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승회(32,롯데)의 보직은 선발이었다. 선발로 전환한 뒤 연이어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6승 7패 120⅓이닝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그래서 홍성흔을 FA로 보낸 대신 보상선수로 김승회를 받아 온 롯데의 선택은 탁월했다. 4~5선발을 맡길 수 있는 선수를 롯데는 보상선수를 통해 얻은 것이다. 실제로 김승회는 캠프 때 강력한 선발투수 후보로 꼽혔고,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선발진 합류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김승회는 시즌에 들어가 선발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가 가진 11경기 가운데 6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한 김승회는 마당쇠 역할을 맡고 있다. 성적은 6경기 10⅓이닝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10이다.

사실 김승회는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 12일에는 3이닝동안 공 44개를 던지며 무실점, 그로부터 이틀 뒤인 14일은 54개를 던져 3이닝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김승회는 친정을 상대로 6이닝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직전 3연전에서 98개의 공을 던져 어지간한 선발투수만큼 투구수를 기록했던 김승회는 16일 사직 넥센전에서 4-3으로 앞선 7회 2사에 등판해 대타 김민우를 뜬공 처리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렇지만 힘이 떨어진 탓인지 8회에는 1사 후 박병호에 우전안타, 강정호에 동점 2루타를 맞고 이성열에까지 고의사구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이 연달아 실점을 허용, 김승회의 실점은 3점이 됐고 시즌 첫 패배까지 떠안았다.
김승회는 넥센전에서 21개의 공을 던져 12일부터 16일까지 5일동안 3경기에서 모두 11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게 됐다. 롯데는 토요일 대구 삼성전에 5선발이 등판해야 하는데 김승회는 이미 많은 공을 던져 사실상 출격이 힘들어졌다. 또 다른 후보였던 이재곤은 같은 날 2군으로 내려갔고, 진명호는 김승회와 마찬가지로 불펜으로 등판했다.
사실상 롯데는 현재 4선발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던 김승회는 아직 정확한 보직이 정해지지 않은 채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롯데 불펜투수들 가운데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김승회다. 투수는 본인의 보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 과연 김승회의 보직은 무엇일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