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불펜야구가 대세를 이뤘다. 2005년 오승환을 필두로 한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성공을 거뒀고, 그 다음에는 SK가 짠물야구로 왕조를 열었다. 그리고 다시 불펜이 가장 강력한 삼성이 최근 2년은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KIA의 우승도 마무리 유동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겨울동안 강한 불펜을 갖추기 위해 고심하지만 생각만큼 구축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하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주전마무리 한 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전체 일정의 10% 밖에 소화하지 못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지만 벌써부터 불펜에서는 팀컬러가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어떤 팀의 불펜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을까.

▲ 두산 불펜, 짠물야구 이끈다
현재까지 마운드 성적은 두산이 가장 좋다. 팀 평균자책점 2.86으로 1위, 그리고 불펜 평균자책점은 더 내려가 2.24로 역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희관(7G ERA 1.23)과 오현택(9G ERA 0.00), 김강률(4G ERA 0.00)이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돌아온 정재훈(6G ERA 1.42)과 이재우(6G ERA 2.35)도 건재하다.
덕분에 두산은 13경기에서 8승 4패 1무를 기록하면서 현재 순위 2위를 기록 중이다. 초반이라서 순위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투타에서 안정적인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고민거리였던 좌완불펜은 이혜천(ERA 1.42)과 유희관이 번갈아 활약하고 있다.
불펜이 두터워지면서 최대한 많은 숫자를 쓰면서 잡을 경기는 잡고 있다. 두산의 경기당 평균 불펜 등판수는 3.9명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벌써 연장을 세 번이나 치르면서 불펜소모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손에 쥔 카드가 많아진 덕도 보고 있다.

▲ 삼성, 오승환 나올 기회가 없네
삼성은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삼성 불펜은 정현욱과 권오준이 빠지고 안지만까지 초반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좋은 선수가 아직도 즐비하기에 시즌이 지날수록 그 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오승환이다. 세이브 역사를 새로 쓰고있는 그는 올해 아직 1세이브밖에 없다. 팀이 부진해서가 아니다. 현재 삼성은 7승 4패로 순항하고 있다. 문제는 방망이가 터져도 너무 터지고 있다. 현재 삼성의 팀 타율은 3할2푼1리로 1위, 경기당 득점도 6.8점으로 당당하게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이기는 경기에서 오승환이 필요없을 정도로 상대 마운드를 맹폭한다. 지난 7일 NC전(4-2 승리)에 겨우 오승환은 1세이브를 챙겼을 뿐이다. 마침 그날 오승환은 프로통산 25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너무 나올 기회가 없어서 컨디션 조절 차 등판했던 14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송지만에게 홈런 하나를 맞기도 했다.
▲ 롯데, 올해도 벌떼야구 계속된다
지난해 롯데 야구의 키워드는 '양떼 야구'였다. 접전 상황이면 롯데 불펜에서 투수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수준급 불펜투수가 많은 롯데는 자원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3.55로 4위를 기록 중인 롯데는 경기당 가장 많은 4.1명의 불펜투수를 활용하고 있다. 좌완에 우완, 언더핸드까지 구색도 완벽하게 갖춘 롯데다.
다만 아직은 큰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6일 사직 넥센전에서는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7로 역전패를 당했다. 6회 2사 후부터 롯데 불펜은 가동됐는데, 아웃카운트 10개를 잡는데 모두 6명의 투수가 총동원됐지만 넥센 타선을 막지 못했다.
반대로 예전 벌떼야구의 대명사였던 SK는 올해 가장 적은 불펜투수를 쓰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38로 나쁘지 않은데 경기당 평균 2.7명만 불펜에서 나온다. 가장 많은 롯데보다 1.4명이 적다. 덕분에 SK는 경기 흐름이 덜 끊기고 이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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