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못나가면 야구 생각보다 잡생각이 많아진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이성열(29)은 최근 표정이 밝아졌다.
지난달 30일 개막전이었던 광주 KIA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린 그는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까지 총 6개의 홈런을 터뜨려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1년, 2012년 각 7홈런에 불과했던 그는 벌써 1년치 기록만큼 홈런을 날렸다.

14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장타율 7할7푼6리의 맹타를 과시한 덕에 16일 롯데전에서는 4회 솔로포를 날린 뒤 8회 2사 2루에서 고의사구를 얻기도 했다. 이성열의 달라진 무게감이 드러난 타석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성열은 "경기를 많이 나가다 보니 야구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경기에 못나가면 야구 생각보다 잡생각이 많아진다. 지금은 '가볍게 치자, 잘 맞추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야구가 잘 되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성열은 "예전에 비해 여유가 생겼다. 첫 타석에서 못쳐도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좋다. 선수들은 기회를 많이 얻어야 내가 어떻게 하는 선수인지 안다. 팀에서 기회를 주시는 만큼 이기는데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성열은 올 시즌 매 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팀에서는 그가 타격에만 집중하게끔 지타 한 자리를 뚝 떼어 이성열에게 내줬다. 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자리다. 그러나 이성열은 "선수라면 부담이 당연히 다 있다. 밥벌이인 만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목동 LG전에서 2개의 홈런을 몰아친 뒤 8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2경기에서 다시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이성열은 "언젠가 어려운 상황이 다시 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걸 대비해서 특타 등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며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2월 중순 이성열은 조카 문해현 양을 얻었다. 그의 누나가 딸을 낳은 것. 조카가 태어난 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조카가 복덩이다. 일이 다 잘된다"는 이성열은 '조카바보'의 모습이었다. 최근 조카 생각과 야구 생각에 많이 웃게 되는 이성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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