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달라진 이천수, 장밋빛 미래 기대하는 이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4.17 07: 05

축구 선수에게 성공의 조건은 여럿 있다. 출중한 실력, 건장한 피지컬 등도 중요하거니와 실상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 즉 건강한 멘탈이다.
이천수는 그간 그라운드 안팎에서 악동을 자처했다. 경기장 안에서 심판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렸고 밖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로 구설수에 올랐다. 치명타는 전남에서의 무단이탈이었다. 이천수는 지난 2009년 전남에서 무단이탈한 뒤 돌연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코칭 스태프였던 박항서 감독(현 상주 감독), 하석주(현 전남 감독), 김봉수 코치와 갈등을 빚으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거치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이천수는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철회를 받지 못해 한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전남 홈구장을 찾아 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진정성을 내비쳤다.

당초 강경했던 입장을 고수했던 전남도 지난 2월 마음 문을 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팀인 인천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선발 출전은 난망했다. 멈췄던 심장 박동수를 높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올 시즌 2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그라운드를 다시 밟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에 젖었다.
100% 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지난 16일 영영 잡힐 것 같지 않았던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인천 홈경기. 공교롭게도 상대는 전남이었다.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모든 것이 달라진 이천수였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경지에 다다른 멘탈을 보여줬다. 경합을 벌인 상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전남 원정 팬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경기 내내 야유를 보냈던 전남 서포터들은 이천수에게 진심어린 박수로 화답했다.
못내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력에도 의문 부호를 떨쳤다. 전반까지 활약은 미미했으나 후반 들어 인천 공격의 대부분은 이천수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연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수 1~2명을 농락했다. 후반 막판에는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도 때렸다. 전성기 시절의 사기 유닛은 아니었으나 현재 몸 상태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후반 막판 모든 선수들이 지쳐있을 때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는 다름 아닌 이천수였다. 이날 인천은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봉길 인천 감독은 "긴 공백에도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 본인도 이제는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다음 경기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천수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이천수도 "감회가 새로웠다. 100% 준비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감독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에둘러 전하며 "기술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실전 경기를 통해 좀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분명 과제도 남겼다. 장기인 프리킥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좀 더 매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 이천수는 이제 막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으나 실상 '팀원'으로서는 아직 100%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다.
아직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여러 모로 정말 달라진 이천수의 발끝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dolyng@osen.co.kr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