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과 대결 통해 드러난 LG의 명과 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17 06: 38

아직 15경기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LG의 올 시즌 전력을 평가하기는 힘들다. 최소한 8개 팀과 다 맞붙고 난 후에야 경쟁 팀과의 상성관계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현재 LG 전력이 100%라 하기도 어렵다. 보통 페넌트레이스 구도가 드러나는 시점이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인 만큼, LG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선 앞으로 2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지난 14경기를 통해 LG가 어떤 야구를 추구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다. 특히 4강 후보 팀과의 경기 내용을 돌아보면 두 번째 항해에 임하고 있는 김기태호의 목적지가 어느 곳인지 조금은 드러난다. SK 넥센 두산 KIA와의 경기서 4승 4패를 기록한 LG의 명과 암을 분석한다.
◆ 명(明): 삼성 DNA 흡수·김기태의 아이들 도약

올 시즌 LG의 가장 큰 변화는 정현욱의 FA 계약과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통한 현재윤 손주인 김효남 영입이다. LG 유니폼을 입을 당시만 해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합류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정현욱이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LG는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갖췄고 현재윤과 손주인은 공수 모두에서 LG에 깊이를 더했다.   
특히 현재윤은 기록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윤이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무주공산 포수진이 안정감을 찾았고 덩달아 투수들의 투구 내용도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모든 LG 투수들이 현재윤의 블로킹에 만족을 표하고 있고 그만큼 자신 있게 결정구를 뿌리는 중이다.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는 현재윤에 대해 “일단 수비가 매우 좋다. 블로킹도 잘하고 투수와 함께 경기를 끌어갈 줄 안다. 그야말로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포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주인의 가세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손주인은 타율 3할2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데 이로써 LG에 좀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3할 2루수가 등장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지금 타율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에 삼성에서 했던 것처럼 멀티 내야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등 신예 세력의 기량 향상도 LG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세 선수의 가장 큰 특징은 기량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공수주 모두에 골고루 퍼져있어는 것이다. 타율에선 어느 정도 기복이 있지만 수비에서 에러가 하나도 없고 도루는 8개를 합작했다. 이미 김용의와 문선재는 팀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1루수로 꼽히고 있고 내야수 정주현도 낯선 좌익수 자리에서 몇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빠른 이들이 자주 출루하면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다. LG는 SK와 개막전, 16일 KIA전에서 이들의 주루 플레이에 힘입어 안타 없이 득점에 성공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이를 두고 "공격은 타격과 주루가 조화되어 결과물로 나온다. 젊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뛰면서 지난해보다 적은 잔루, 효율적인 공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매번 타순에 변화를 주고 있는 가운데 현재윤 정주현 손주인 문선재의 경우 상위 타순보다는 하위 타순에 배치되곤 한다. 현재 LG는 이례적으로 하위타순 타율 2위(2할6푼5리)를 기록 중인데 이대로라면 일부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성향을 탈피할 수 있다. KIA전도 상위 타순보다는 하위 타순이 상대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벌였고 타점도 하위 타순에서 나왔다.
◆ 암(暗): 킬러본능 부재+여전히 불안한 수비
반면 아직 고치지 못한 고질병도 보인다. LG는 넥센·두산과 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눈앞에 뒀지만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4일 넥센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서 7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고 무사 3루 역전 찬스까지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 올 시즌 첫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7일 두산전도 비슷했다. 6회까지 3점차 리드를 유지, 무난하게 두산과의 시리즈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7회초 안타 5번을 내리 맞으며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8회말과 9회말 다시 앞서갈 찬스를 맞이했으나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연장 접전 끝에 1점차 석패를 당했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득점권 타율이 올해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고비를 넘기는 능력이 부족하다.
수비 또한 아직 미흡하다. 지난해 LG는 최다 에러(96개)를 기록하면서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곤 했다. 야수들이 공격과 수비 둘 중 하나에 편중되어 있어 공수 밸런스가 맞는 선발 라인업을 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외야에서 이러한 문제가 속출했는데 지난 시즌 LG는 3루타 35개를 허용, 8개 구단 중 가장 많이 3루타를 맞았다. 이 부문 공동 6위 두산 KIA의 23개보다 무려 12개가 많았다. LG의 홈인 잠실구장은 외야라인이 가장 넓은 구장이다. 이는 2012시즌 원정성적(32승 31패 3무)에 비해 홈성적(25승 41패 1무)이 유독 저조했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올 시즌도 지금까지는 수비가 심심치 않게 발목을 잡았다. 4일 넥센전 선취점을 내준 과정과 7일 두산전 결승점을 허용한 과정 모두 수비에러가 있었다. 16일 KIA전 역시 아쉬운 외야 수비 하나가 쐐기점으로 연결됐다. 물론 신예 선수들이 저지른 실수였고 차후에는 이들의 호수비로 이기는 경기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당시 에러를 범한 선수들은 에러보다 훨씬 많은 호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시즌이 진행될수록 야수진 전체가 수비에서 안정감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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