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내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김광현(25, SK)이 돌아온다. 가슴에 품었던 칼을 내보일 기회가 찾아왔다. 주위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역시 어느 정도의 몸 상태를 찾았느냐로 압축할 수 있다.
SK는 17일 포항구장에서 열릴 삼성과의 경기에 김광현을 선발 예고했다. 김광현의 올 시즌 첫 1군 등판이다. 김광현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왼 어깨 재활을 선택했다. 의료진과 구단에서는 수술을 권장했지만 스스로의 생각은 달랐다. 재활을 통해 충분히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배수진을 쳤다. 17일 등판은 그 선택에 대한 중간고사의 성격도 있다.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다.
상황은 지난해보다 좋다. 우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지난해보다 빨랐다. 퓨처스리그에서 예열을 마쳤고 지난해보다 더 빨리 1군에 복귀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2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비록 퓨처스리그 성적이지만 8⅓이닝 동안 피안타 5개, 볼넷 1개를 내준 것에 비해 삼진은 11개나 잡아냈다.

구위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김광현은 지난 3월 22일 문학구장에서 동료들을 상대로 라이브피칭을 가졌다. 당시 팀 동료들은 “지난해보다 상태가 훨씬 낫다”라고 입을 모았다. 몸 상태가 좋아져 팔 각도와 구위가 전성기만큼 살아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용희 SK 퓨처스팀(2군) 감독 또한 10일 한화 2군과의 경기를 마친 뒤 “전체적인 구위 및 공의 움직임이 괜찮았다. 계획대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퓨처스리그에서 1경기를 더 소화할 예정이었던 김광현은 이런 호평과 함께 1군에 조기 복귀했다. 김광현은 4일 경찰청과의 경기에서 53개, 10일 한화 2군과의 경기에서는 70개의 공을 던졌다. 17일 등판에서는 90개 가량의 공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0개에 가까운 공을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췄느냐가 이번 등판의 키포인트다. 구속·제구·투구 밸런스 등 모든 성공요인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투구수를 끌어올린 김광현이지만 올해 들어 한 경기에서 이 정도의 공을 던져본 적은 없다. 오히려 성적보다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한 관전 요소일 수도 있다. 몸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속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도 관심거리다. 김광현은 퓨처스리그에서 최고 148㎞를 던졌다. 다만 평균 구속은 143㎞ 정도였다. 편차는 있었다. 이 편차가 얼마나 줄어들었느냐도 지켜봐야 한다.
한편 퓨처스리그 등판과 1군 무대 등판은 또 다르다. 긴장감에서 차이가 난다. 타자들의 기량이 좋은 만큼 위기에 처할 확률도 높아진다. 전반적으로 어깨에 좀 더 많은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광현의 어깨가 이런 긴장감을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도 중요하다. 이를 종합하면 단순한 경기 성적이 중요한 등판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김광현이 올 시즌 부활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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