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연패탈출’ 한화, 첫 승의 눈물 잊지 말아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7 10: 30

한국시리즈 7차전도 아니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도 아니었다. 단지 시즌 14번째 경기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전구장에 때 아닌 눈물이 흘렀다. 팬들도, 선수들도, 이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한화는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김태균의 역전 투런 홈런을 발판 삼아 6-4로 이겼다. 개막 후 13연패의 늪에 빠졌던 한화의 올 시즌 첫 승리였다. 시즌 들어 계속 ‘0’에 고정됐던 승률에도 변화가 생겼다. 쉽지만은 않았던 역전승이었다. 1·2회에만 4점을 내줘 또 한 번 패배의 그림자가 짙었던 한화는 경기 중반 집중력을 과시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극적인 첫 승에 걸맞은 경기내용이었다.
천신만고 끝의 1승이었다. 한화는 최근 4년 사이에 3번이나 최하위로 처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통산 1476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도 이런 흐름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류현진(LA 다저스)가 떠난 팀에는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캠프 내내 강훈련이 이어졌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치도 커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무기력했다. 개막 후 13경기에서 내리 졌다. 류현진 없는 마운드는 예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 장타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타선 역시 짜임새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설픈 주루 플레이와 최악의 수비력은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런 요소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고 첫 승에 대한 조급함까지 겹치며 연패는 ‘13’까지 늘어났다.
선수들이 삭발까지 감행했지만 이런 투지가 경기에서의 안정감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김응룡 감독 이하 선수단도 답답했지만 팬들도 인내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타 팀 팬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연민의 대상이 됐다. 경기장 내에서와는 의미가 다른 ‘보살’이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팬들은 한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13연패라는 최악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16일 대전구장에는 6000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첫 승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팬 게시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난리도 하루 종일 한화가 화제였다. 하위권 팀들 간의 맞대결이었음에도 시청률은 다른 경기를 압도했다.
경기의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 대전구장 곳곳에는 눈물을 훔치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첫 승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격려가 줄을 이었다. 주장이자 이날 경기의 영웅이었던 김태균이 방송 인터뷰 중 말을 잇지 못하자 팬들은 박수를 통해 그간의 마음고생을 감싸 안았다. 김응룡 감독의 인터뷰 때도 박수가 쏟아졌다.
따뜻한 광경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 달라는 냉철한 주문도 포함되어 있다. 팬들이 흘렸던 눈물을 선수단 전체가 기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응룡 감독은 경기 후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말이 아닌 경기장에서 실력과 투지를 보여줘야 한다. 선수단을 보듬었던 팬들의 사랑과 인내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한화에게는 올 시즌에만 아직 114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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