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 1위’ 최정, SK 최후의 보루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7 06: 37

최정(26, SK)의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5경기에서 타율 2할2푼2리에 머물렀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 당시 최정은 컨디션에 대해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보였다. 성적에 쫓기기보다는 타격감이 올라올 때를 참고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참고 참았던 최정이 드디어 폭발하고 있다. 첫 5경기에서 침묵했던 방망이가 타오르는 중이다. 최정은 그 후 7경기에서 홈런만 4개를 쏘아 올렸다. ‘0’으로 출발했던 타점은 어느새 14점까지 치솟아 나지완(KIA)과 함께 공동 선두다. 타율도 3할3푼3리까지 올랐다.
16일 포항구장에서 열렸던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영웅이 됐다. 5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특히 1-1로 맞서던 5회 2사 2,3루에서는 상대 선발 차우찬의 직구를 걷어 올려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최정은 차우찬의 공이 낮게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5-1로 앞선 6회에도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쳤다. 말 그대로 원맨쇼였다.

최정의 시즌 초반은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점이 있었다. 우선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당시 얻은 햄스트링 부상이 악재였다. 그 탓에 시범경기 초반 일정을 건너 뛰었다. 타격감 조율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SK는 시즌 초반 최정을 4번 타자로 썼다. 팀 내 4번 후보들이 죄다 부진한 탓이었다. 최정은 “타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책임감과 중압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타자 중 하나다웠다. 스스로 악재를 이겨냈다. 한 번 감을 잡은 방망이는 식을 줄 모른다. 최정은 최근 7경기에서 무안타 경기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반대로 멀티 히트 경기는 4번이나 됐다. 힘을 주기 보다는 욕심을 내지 않는 스윙도 인상적이다. 최정은 16일 경기 후 “공을 맞혀 앞으로 보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최근 인터뷰 내용도 거의 대부분 이런 맥락이다.
최정의 분투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SK는 주축 선수들의 타격감이 저조하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박정권은 일찌감치 2군을 경험했고 16일에는 김강민 박재상도 2군으로 내려갔다. 이명기 등 젊은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지만 팀 타선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 타선의 무게를 잡는 최정의 활약은 SK가 고비 때마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록 이상의 가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