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가 속전속결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할 기세다.
모비스는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3차전에서 서울 SK를 68-62로 물리쳤다. 파죽의 3연승을 달린 모비스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지난 16번의 챔프전 역사상 4-0 우승은 지난 2006년 서울 삼성이 유일했다. 당시 결승 상대는 공교롭게 정규리그 1위 모비스였다. 삼성은 4강에서 대구 오리온스를 3-0으로, 챔프전에서 모비스를 4-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달성했다. 서장훈, 올루미데 오예데지, 네이트 존슨, 강혁, 이규섭의 호화멤버를 거느린 삼성은 크리스 윌리엄스-양동근의 모비스를 압도했다.

당시 노련한 강혁은 신예 양동근을 쉽게 요리하며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양동근은 강혁의 은퇴경기에서 “4-0으로 졌던 때를 생각하면 악몽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치를 떨었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어느 덧 노장이 된 양동근은 김선형에게 완승을 거두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의 챔프전 통합우승 가능성은 의외로 높지 않다. 16팀의 정규리그 우승팀 중 9팀만 달성, 성공률이 56.3%밖에 되지 않는다. 첫 번째 사례는 1999-2000시즌이었다. 대전 현대는 정규리그를 3연속 제패하며 3년 연속 통합우승까지 노렸다. 이 때 정규리그 2위 청주 SK가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정규시즌 MVP 서장훈을 앞세운 SK는 결국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요즘 정규리그 우승팀은 오히려 플레이오프에 나서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5시즌 동안 통합우승을 달성한 팀은 2007-2008시즌의 원주 동부와 2009-2010시즌의 모비스 밖에 없었다. KCC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고도 두 번이나 우승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KGC인삼공사 역시 정규리그 2위였다. 올 시즌 모비스가 우승한다면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되는 셈이다.
지난 시즌 동부는 정규리그 최다 44승, 최다 16연승, 최고승률 81.5%를 동시 달성했다. 올 시즌 SK 역시 정규리그 44승과 홈 23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런데 챔프전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정규리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팀이 잘 나가면 상대팀에게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약점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연승만 하다 보니 최악의 분위기에서 딛고 올라서는 요령이 없다.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른 SK가 단기전 경험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에서는 길어야 하루 정도 상대 팀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같은 팀과 상대하는 플레이오프는 다르다. 이미 SK의 드롭존 수비는 간파했다. 상대가 어떤 것을 할지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문경은 감독은 “선수들이 예전의 신나는 농구를 못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술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고백했다.
SK는 챔프전에서 심리적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과연 SK는 무기력하게 4전전패로 우승트로피를 내주게 될까. 4차전은 17일 울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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