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무리수' 챔프전, 경기력과 흥행 모두 타격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4.17 08: 42

아무리 봐도 무리수다. 너무 빡빡한 챔프전 일정이 팬들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동부와 올 시즌 SK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시즌 동부는 정규리그 최다 44승, 최다 16연승, 최고승률 81.5%를 동시 달성했다. 올 시즌 SK 역시 정규리그 44승과 홈 23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런데 두 팀 모두 챔프전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너무 빡빡해진 챔프전 일정은 이런 흐름에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 KBL은 지난 시즌부터 챔프전 일정을 바꿨다. 주말에 1,2차전 연전을 치르고 하루 쉬고 다시 3,4차전 연전을 치른다. 5일간 장소를 바꿔 무려 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 일정이다. 더구나 주말에 경기를 하기 위해 5,6차전도 연전이다. 대부분의 챔프전이 6차전에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9일에 6경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 챔프전에서 노장이 많은 동부는 일정에 대해 불리함을 호소했다. 2승 2패로 맞서던 동부는 5,6차전을 내리 내주며 무너졌다. 특유의 젊음을 내세운 KGC의 풀코트 압박수비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비록 3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노장이 많은 모비스는 체력이 달린다. 정규리그 77.1점에 달하던 평균득점은 챔프전에서 68점으로 뚝 떨어졌다. 체력 좋은 SK의 젊은 선수들을 연전에서 감당하기도 벅차다. 유재학 감독은 10명의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로테이션으로 이를 극복해내고 있다. 양동근은 "힘이 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아직 젊다"며 버티고 있다.  
SK는 젊은 팀이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2주 정도 쉬었다. 체력은 걱정 없다. 문제는 심리상태다. 1,2차전을 내준 상태서 전력을 분석하고 마음을 안정시킬 여유가 없었다. SK는 정규리그 77.2점에 달하던 공격력이 챔프전 63.7점으로 깎였다. 실점은 68점에서 69.6점으로 상승했다.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연전을 치르다보니 SK는 본래 기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SK는 1,2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3차전 특별한 전술적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SK는 3번의 승부 모두 6점차 내로 졌다. 너무 빡빡한 일정이 SK를 더 몰아세운 측면도 있다.
KBL이 무리한 일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프로야구 등 다른 스포츠와 경쟁을 피하고 주말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미 스포츠케이블채널은 챔프전을 멀리하고 프로야구를 중계하고 있다. 밀려난 챔프 3,4차전은 경제채널 또는 인터넷 중계로 방송되는 실정이다. 방송사사정에 따라 경기시간이 자주 바뀌면서 팬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차전은 공중파 MBC에서 중계됐다. 하지만 오전 류현진 등판경기가 늦게 끝나면서 편성이 밀렸다. 결국 챔프전은 예정보다 10분이나 늦게 시작했음에도 ‘출발! 비디오여행’에 밀려 1쿼터 후반부터 지연중계되는 굴욕을 맛봤다. 또 2차전 시청률은 동시간대 KBS에서 중계된 서울-수원의 프로축구 슈퍼매치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챔프전은 조기에 끝날 기미다. 무리하게 연전을 넣어 주말경기를 늘린 KBL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심지어 2차전에는 편파판정과 오심논란까지 불거졌다. 한 시즌의 알찬 수확을 해야 할 챔프전에 알맹이가 없다.
미국프로농구 NBA도 파이널을 7전 4선승제, 2-3-2 시스템으로 치른다. 하지만 이틀연속 경기는 없다. 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3-5차전도 중간에 꼭 휴식일이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NBA의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자 상품가치다. 팬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농구를 한다면 관중석은 차고 시청률은 오른다. 굳이 다른 종목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  
챔프전은 한 시즌의 꽃이다. KBL은 타 종목을 의식하기 전에 경기력과 심판자질을 먼저 챙겨야 한다. 또 방송사 눈치를 살피기 전에 기존 농구팬들이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리한 챔프전 일정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흥행에 모두 타격을 주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1차전 4/13 토 잠실 오후 2시 KBS1
2차전 4/14 일 잠실 오후 1시 40분 MBC (지연중계)
3차전 4/16 화 울산 오후 7시 SBS CNBC
4차전 4/17 수 울산 오후 7시 SBS CNBC
5차전 4/20 토 울산 오후 3시 KBS1 (3시 10분부터 중계)
6차전 4/21 일 잠실 오후 7시 MBC스포츠플러스
7차전 4/23 화 잠실 오후 7시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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