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까지 단 두회를 남겨놓고 있는 KBS 2TV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Ⅱ’는 장혁, 이다해, 이범수, 오연수, 김영철 등 탄탄한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는 명품 배우들을 비롯해 윤두준, 임수향, 이준, 윤소이 등 청춘 배우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안겼다.
특히 ‘아이리스Ⅱ’의 장혁은 반전을 거듭하는 연기로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극중 가장 많은 격변을 겪는 반전을 거듭했던 인물인 정유건을 열연한 장혁에게는 매회 끊임없는 호평이 쏟아졌다.
헝가리에서 개최된 남북회담은 NSS와 아이리스는 물론 유건과 중원(이범수 분)의 전쟁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NSS의 팀장 유건과 탈북자로 신분을 속인 채 연화(임수향 분)의 임무를 도왔던 중원의 첫 대결은 헝가리의 이국적인 풍광이 더해져 짜릿함을 배가시켰다.

대역배우의 도움 없이 온몸 열연을 선보인 장혁표 액션은 빛을 발했고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의 건물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숨 막히는 맨손 결투는 브라운관을 스크린으로 바꾸는 위엄을 발휘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 백산(김영철 분) 이송작전을 통해 아이리스를 교란시키려던 NSS는 그들과의 피할 수 없는 정면 총격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유건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게 되며 안방극장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이 느리게 움직이는 화면 속,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모습은 탄식조차 나올 수 없던 참담함을 안긴 터. 특히 심정지 상태가 된 유건의 고요한 얼굴에서 맞은 엔딩은 안방극장마저 멈추게 했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건이 기억을 잃고 아이리스의 살인병기가 되자 시청자들의 관심은 수연(이다해 분)과의 재회로 쏠리게 됐다. 하지만 영혼마저 잃은 듯 무감정한 그의 눈빛은 수연의 눈물에도 흔들림 없이 그녀를 총으로 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간절함에 일순간 흔들리는 마음마저 섬세하게 표현해낸 장혁의 감정열연이 돋보인 회차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극대화시킨 순간이었다.
이후 기억을 되찾은 유건의 도피를 도와주던 리에(유민 분)는 결국 그가 보는 앞에서 냉혹하게 총살당하고 말았다. 온몸이 포박된 채 지켜볼 수 없었던 유건은 온몸으로 분노를 터트리며 오열해 안방극장마저 눈물짓게 했다. 레이(데이비드 맥이니스 분)를 노려보는 눈은 붉게 충혈돼 증오심에 떨리고 있었고, 이를 시작으로 유건의 복수심은 더욱 처절하게 진화돼 갔다.
극 초반부터 묘한 이끌림으로 엮어진 백산과 유건은 시대의 운명이 가른 부자(父子)관계임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NSS와 아이리스의 인질 교환극이 벌어지는 부둣가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재회는, 이미 백산이 모든 비밀을 풀어낸 후였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아들을 바라보는 처연한 눈빛의 백산과 달리 아직까지 오해로 쌓인 유건의 차가운 말투는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또한 중원의 저격으로 인해 어머니인 지영(이보희 분)이 죽음을 맞이하자 유건은 패닉상태가 되어 죄책감에 시달렸다. 영정사진을 향해 손을 뻗어 슬픔을 토해내는 그의 눈물은 절망에 치달은 심정을 짐작케 한 터. 하지만 납골당에서 나서는 그의 눈물은 일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했고, 이후 그의 복수심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슬픔마저 복수심으로 승화시킨 이 찰나의 눈빛변화는 안방극장을 섬뜩하게 만들었던 장혁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장면이었다.
한편 ‘아이리스Ⅱ’는 핵무기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건의 건강마저 적신호를 울리고 있는 만큼 그가 맞이하게 될 결말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회는 17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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