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 야구계를 지배하는 명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명제가 절대적이면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만수(55) SK 감독이 이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그 지론 속에 SK 신진급 타자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에는 좌·우 밸런스를 신경 쓴 선수기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상대 선발이 왼손이면 주로 오른손 타자들을 라인업에 배치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오른손 투수가 선발이면 라인업에서 왼손 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이는 투수 교체도 마찬가지다.
근거는 있다. 선천적으로 주어진 환경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의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이 머리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른손 투수들의 공은 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거꾸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통계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 보통의 왼손 타자들은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

이 감독도 이런 부분은 인정한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왼손 투수가 나오는 경우는 오른손 타자들이 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투수 교체도 좌·우 밸런스를 어느 정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것이 절대적이어서는 안 된다. 너무 지나칠 경우 오히려 반쪽 타자들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근 왼손 타자들이 왼손 투수에게 약한 것도 이런 지레짐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도 주장했다. 불리한 것을 알고 있으니 미리 라인업에서 빼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핵심들을 제외한 왼손 타자들은 점점 왼손 투수들과 상대할 기회가 줄어든다. 많이 부딪혀봐야 그 속에서 해답도 찾을 수 있는 법인데 그 기회가 사라지면 평생 공략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이른바 ‘좌우놀이’의 적절한 활용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활용할 때는 활용해야 하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다. 최근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기용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형의 선수들과도 자주 만나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이 감독의 속내다. 이 감독은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절대 3할 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팀 내 왼손 타자인 이명기(26)과 한동민(24)은 라인업에서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이명기와 한동민은 올 시즌 팀의 12경기에 모두 뛰었다. 상대가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축 타자들이 부진한 팀 상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꾸준하게 출장하며 경험을 쌓으라는 배려가 담겨있다. 성적도 급하지만 이 선수들이 SK의 미래라고 확신하는 이 감독의 뚝심이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라 왼손 투수에 약점을 보일 법도 하지만 성적을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명기는 왼손 투수에 3할1푼3리를 기록 중이다. 오른손 투수(.400)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아주 처지지는 않는 기록이다. 한동민도 왼손 투수를 상대로 2할6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타율(.268)과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홈런 1개는 NC 왼손 에이스 아담을 상대로 때려냈다.
16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두 선수는 변함없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 선발이 왼손 차우찬이었지만 이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두 선수는 이런 믿음에 보답했다. 차우찬을 상대로 나란히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6회에는 역시 왼손 투수인 박근홍에게 차례로 적시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물론 두 선수가 앞으로도 이렇게 왼손을 잘 공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쌓이는 경험과 자신감은 SK의 미래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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