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 역을 맡은 정유미가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함 울림을 주고 있다.
정유미의 내레이션은 드라마 후반부에 매번 등장하는 단골손님으로 차분한 톤의 내레이션엔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숨은 뜻이 담겨있다. 기대와 희망을 품다가도 현실의 벽을 이내 실감하는 계약직 신입 정주리의 독백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대변하는 중이다.
정주리는 실수투성이에 당하기만 하는 속없는 계약직 신입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울분이 가득한 상처 많은 청춘으로 “똥인지 된장인 지는 찍어 먹어봐야 안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 “펭귄과 공룡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누가 펭귄이고 누가 공룡인지는 붙어봐야 아는 법”등 계약직의 현실을 적절한 비유로 통렬하게 꼬집고 있다.

특히 정유미의 진정성 어린 화법과 극중 정주리라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맞물리면서 효과는 극대화 되고 있다. 정주리는 학벌도 ‘빽’도 내세울 것 하나 없이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며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동시에 잔고가 바닥나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요령을 피우기는커녕 순진하게 이용만 당하고 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해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이에 정유미의 내레이션은 극중 코믹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주는 장치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하며 가볍기만 한 코믹물과는 다른 차원과 품격을 보여준다.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며 시청자 공감을 얻고 있는 ‘직장의 신’은 포복절도할 로맨틱 생존 코미디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진한 감동을 담고 있어 2013년 대한민국의 공감 드라마로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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