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 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가 월화극 경쟁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8일 시청률 11.3%를 기록하며 월화극 2위로 스타트를 끊은 '장옥정은' 방송 4회를 마친 현재 7.0%까지 시청률이 하락하며 멀찍이 뒤쳐진 모양새. 동시간대 경쟁하는 KBS 2TV '직장의 신'과 MBC '구가의 서'는 각각 14.2%와 15.1%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옥정'을 큰 차이로 앞서 나갔다.
김태희라는 핫스타와 스테디셀러 콘텐츠인 장희빈이라는 소재가 만나 첫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장옥정'은 왜 이 같은 부진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을까?
방송가에서는 '장옥정'만의 색깔이 부족했음이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9대 장희빈 타이틀을 달 정도로 장희빈 콘텐츠는 단골 소재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악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장희빈에 패션디자이너 설정을 가미해 신분제 굴레를 뛰어넘고자 했다는 색깔을 가미했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납득하기 보다는 낯설게 받아들였다. 대표적으로 첫회 등장한 부용정 패션쇼 장면이 사극과는 동떨어진 너무 과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한 비장의 카드가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셈이다.

반면, 동시간대 경쟁하는 두 드라마는 자기 색깔이 분명해 확실한 지지층을 얻었고, 다소 어정쩡한 '장옥정'이 결국 희생량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의 신'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징 사이의 갈등을 그리며 오피스 드라마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회사 내 불합리한 일들이 신랄하게 그려져 공감대를 샀다. 다소 불편하게 느낄 만한 상황도 유머 코드를 가미해 오히려 시청자의 마음을 이른바 '웃프게' 한 것도 지지를 얻은 대목이다.
'구가의 서'의 경우 판타지 사극 장르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리산을 지키는 구미호 신수가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기이한 도술과 그로 인한 호쾌한 액션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들여 구현된 CG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절묘하게 접점을 찾아 안방극장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장옥정'은 현재 4회까지만 방송을 마쳤고, 그 다섯 배에 달하는 20회 분량이 더 남았다. 이후 전개에게서는 장희빈 스토리의 핵심인 옥정이 궐에 들어가 숙종(유아인 분)의 여인이 되고, 인현왕후(홍수현 분)를 비롯해 숙빈 최씨(한승연 분)와 암투를 벌이는 모습이 등장하며 정점에 치닫게 된다. 또한 장희빈 스토리의 가장 핫한 지점인 사약으로 죽음을 맞는 신 역시 기다리고 있다. 월화극 1,2위에 비해 쳐지는 시청률 기록이지만 '장옥정'의 심기일전은 늦지 않았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