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뢰감을 심어주는 배우가 됐다. 여기에 더해 호기심까지 일으킨다. 강렬한 마스크에도 변신이 물흐르듯 자유로워 '천의 얼굴'이라 불릴 만하다. 배우 마동석이다. 그가 연예계의 어두운 면인, 성상납을 다룬 영화 '노리개'(최승호 감독, 18일 개봉)로 돌아왔다. 첫 원톱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관객을 집중시키기 보다는 영화 전체를 보게 한다. 상당 부분 배우의 힘이다.
물밀듯 쏟아지는 시나리오 속에서 규모가 작은 영화 '노리개'에 개런티도 받지 않고 참여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시나리오도 재미있고, 기자 역도 처음이라 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규모와는 상관없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면 과감히 도전하는 그다. 실제로 기자 역에 처음 도전한 그는 이 역할을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사회부 기자들의 동영상, 리포팅, 인터뷰하는 장면들을 다 찾아봤어요. 기사들도 찾아 보고 어떤 시선으로 봐야하는가, 기자의 논조가 공격적인가 논리적인가, 기자가 인터뷰할 때 사람을 안심시키면서 하나 아니면 조금 더 예리한 질문으로 사건을 파헤치는가, 아니면 '나도 너랑 공감하니까 다 털어놔라'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끄는지, 여러 유형들을 많이 공부 했어요."

그는 극 중 이장호 기자로 분해 노련하면서도 사명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실제로 영화 속 기자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마동석 연기의 디테일함 때문이다. 자신을 감시하는 친구를 때려야 하는 장면인데, 그 친구에 대한 안쓰러움도 묻어난다. 상대방에 대해 '네가 무슨 잘못이냐 시켜서 하는건데'라고 갖는 복잡한 마음을 모두 표현했다. 인간미와 동시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기자로서 집요함도 보여준다. 피해자의 오빠와 만나 휴대폰으로 녹음하는 장면에서는 본능처럼 등장하는 기자의 직업정신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기자의 리포팅 장면에서도 객관성 있게 전달하면서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지점을 잘 드러내야 하기에 수위를 조절했다. "사회부 기자 역이 잘못하면 경찰이 돼 버릴 수 있어요. 대사하는 부분에서 스스로 불편한 것도 있었는데, 최대한 일상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색함 없이 봐 주신다면 정말 다행인거죠."
'노리개'라는 영화 자체로 돌아가서, 배우로서 이 내용이 불편하진 않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여기저기 건너 들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영상으로 실제 보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며 본인 역시 화면에 담긴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본인의 지인에게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돌발 질문을 던지자 돌아오는 대답. "폭력을 쓰진 못하겠지만 열심히 신고를 하겠죠!"
영화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사회에는 그와 친분이 있는 현역 검사 3명, 강력계 형사 20여명이 참석했다. "보고나서 형사 반장 형이 '가슴이 먹먹하다'고 문자가 왔어요." 영화가 개봉 후 얼만큼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줄 지 궁금해진다.
몇 년 전 실제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던 고인을 상기시킨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그는 "비단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그림으로 볼 영화다. 단순화시켜 볼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인 한 마디. "이걸 보고 누군가 찔려한다면 쿨하지 못한 이유가 있겠지."
'노리개'와 동시에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공정사회'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불의를 보면 너무 잘 참는' 직업정신 없는 경찰로 등장하는 것. 하지만 이 인물도 어색함이 없다. 생각해 보면 그는 건달도, 정의감 넘치는 형사도, 부패한 경찰도, 운동선수도 뭐 하나 거슬리는 것이 없다. 그래도 본인에게 어떤 캐릭터가 가장 편하냐고 물었다.

"내 안에 거칠고 순하고 원만하고 예민하고가 다 있는 거 같아요.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 원만하고 긍정적이게 가자는 편이에요. 나도 어떤 모습이 나랑 제일 비슷할 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 친구들이 '반창꼬'의 소방대원과 가장 비슷하다는 거에요. 그 반응에 좀 놀랐어요. '내가 그런가?'라고 되돌아 봤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만약에 그렇다면 '반창꼬' 캐릭터 자체가 나한테 가장 편한게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정말 모든 연기는 다 어렵습니다."
그의 연기법을 물었다. 막힘없이 편하게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그의 능력에 본능적으로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 '머리가 터질것 같이 고민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느낌이 오면 본능적으로 연기에 임한단다.
"연기하기 전까지는 정말 잠도 못 자고 머리가 터지게 고민하고, 막상 들어가면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해요.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본을 아주 꼼꼼하게 읽고 촬영갈 때는 몸만 가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마동석은 앞으로도 선보이는 작품이 줄줄이 대기 상태다. '뜨거운 안녕', '감기', '적설', '배우는 배우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현재 '더 파이브' 촬영 중이며, '군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스스로 '일중독'인 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도 인정했다. 관객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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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