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2012년 34세이브를 기록, 구단 신기록을 갈아치운 김사율과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준비하던 정대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블스토퍼는 없다는 김시진 감독의 선언이 있었고, 결국 사이판 캠프에서 정대현이 주전 마무리로 낙점을 받았다. 작년 불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들이 건재한데다 김승회와 홍성민까지 가세해 롯데 불펜은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정작 시즌에 들어와서는 뒷문이 걱정이다. 벌써 블론세이브 5개로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작년 133경기서 1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롯데는 이제 겨우 12경기에서 5번이나 저질렀다.

정대현과 김사율 두 명이 각각 두 개씩 기록했고 김승회가 한 번 블론세이브를 했다. 17일 사직 넥센전은 롯데 불펜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2-0으로 앞선 9회 마무리 정대현이 등판했지만 5안타를 맞으면서 2실점,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등판한 김사율은 연장 10회 서건창에 역전 희생플라이, 장기영에 쐐기포를 맞으며 무너졌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주전 마무리를 놓고 저울질을 했던 정대현과 김사율이 한 경기에서 나란히 무너진 것은 현재의 롯데 불펜에 큰 충격이다. 김성배를 제외하고는 아직 작년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롯데 불펜에서 가장 든든한 성벽이 잇따라 함락됐다는 사실은 예전 불펜이 불안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한 건 정대현은 WBC 출전 이후 제 컨디션이 아니다. 지난 주말 두산전에서는 골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 하기도 했다. 6경기 5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 중인 정대현은 현재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2.47에 이르고 피안타율은 4할8푼이나 된다.
김사율 역시 아직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개막 후 일주일 동안은 좋았으나 지난 주말 두산전부터 공략당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몸이 늦게 만들어졌고, 작년 투구 밸런스를 아직 찾지 못한 채 마운드에 서고 있다. 미래의 롯데 마무리 후보 최대성은 팔꿈치 통증 때문에 작년 만큼의 공을 던지지는 못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마무리 정대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내 정상급 투수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구위가 돌아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실 개막 보름 만에 주전 마무리를 바꾸는 것도 장기적인 팀 운영 측면에서 보면 위험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접전에서 정대현에 무한신뢰를 보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연승 중이라면 선수로 하여금 편한 마음으로 컨디션을 되찾도록 할 수 있지만 6연패를 당하고 있는 롯데는 1승이 급하다. 당분간은 불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김성배(9G 3홀드 9⅔이닝 ERA 1.86)를 임시 마무리로 돌리고 정대현은 여유 있는 상황에 투입하는 기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