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야구 실종, 거인 발 누가 족쇄 달았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4.18 06: 05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어게인 1995‘를 선언했다. 1995년 롯데는 220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고, 이는 아직도 유일한 단일시즌 200도루를 넘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 해 롯데는 뛰는 야구를 앞세워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롯데는 약해진 공격력을 기동력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캠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김시진 감독은 “우리 팀은 뛰지 말라는 사인만 있다”고 밝힐 정도로 적극적인 주루를 선수들에게 장려했다.
개막 5연승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뛰는 야구는 성공적이었다. 한화-NC와 이어진 5연전에서 롯데는 14개의 도루를 기록, 팀 도루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7경기에서 롯데의 성적은 1무 6패, KIA-두산-넥센을 차례로 만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루도 줄었다. 앞선 5경기에서 14번 베이스를 훔쳤던 롯데는 이후 7경기에서 5개의 도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팀 도루도 19개로 4위까지 밀렸다.

도루는 단순히 상대 포수의 어깨가 약하다고 성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투수의 투구동작을 분석, 세밀한 차이에서 뛸 타이밍을 파악해야 하고 내야수의 태그를 피할 기술도 필요하다. 자연히 강팀을 상대로는 도루를 추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두 번이나 더블스틸을 성공시켰던 롯데지만 17일 사직 넥센전에서는 덜미가 잡혔다. 0-0이던 2회 롯데는 무사 1,2루 기회를 맞았다. 1루에는 황재균, 2루에는 전준우가 나간 상황. 빠른 주자 둘이 나가자 롯데는 더블스틸을 감행했지만 3루에서 전준우가 잡혔다.
이후 김대우가 볼넷을 얻고 박기혁이 2타점 2루타로 득점을 올려 가슴을 쓸어내린 롯데는 8회 연속 볼넷으로 다시 무사 1,2루가 됐다. 2루에는 박기혁, 1루에는 김문호가 나간 상황에서 다시 더블스틸을 감행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결국 그 이닝에서 롯데는 추가점을 얻는데 실패하고 불펜이 무너져 2-4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더블스틸은 실패 시 위험부담이 크다. 무사 1,2루라면 번트로 안전하게 2,3루에 주자를 갖다 놓을 수 있기에 모험과도 같다. 한화와 NC를 상대로는 허를 찔러 성공시켰던 롯데지만 넥센의 배터리는 뚫지 못했다. 두 번의 도루실패는 롯데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말았다.
롯데가 뛰는 야구를 팀 컬러로 들고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만날 팀에서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오기 마련이다. 롯데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이 더욱 바쁘게 상대를 분석해야 빈틈을 찾아낼 수 있다. 발이 묶인 이후 팀 성적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롯데다. 누군가는 거인의 발목에 묶인 족쇄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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