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좌완은 누구일까.
LA 다저스 류현진(26)이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걸고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8시5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에서 열리는 '2013`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볼티모어는 대만 출신 좌완 천웨인(28)로 맞불을 놓으며 한국·대만 최고 투수들이 정면충돌하게 됐다. 아시아 최고 좌완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 류현진의 '비교대상' 천웨인

대만 출신의 천웨인은 2004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한 뒤 2011년까지 통산 127경기에서 36승30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2.59, 탈삼진 520개를 기록했다. 완봉 8차례 포함 13차례 완투를 펼쳤으며 2009년 평균자책점 1위(1.54)에 올랐다. 2012년 1월 3년간 총액 1130만 달러에 볼티모어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천웨인은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으며 대성공했다. 32경기 모두 선발등판,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2 탈삼진 154개를 기록했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92⅔이닝을 던질 정도로 꾸준했다. 천웨인의 활약으로 아시아 투수 위상과 관심도가 올라갔고, 때마침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한국의 좌완 투수 류현진의 가치도 상승했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으로 류현진은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자주 비교됐지만, 실질적인 비교대상은 바로 천웨인이었다. 같은 아시아 출신 좌완 투수라는 점에서 상당수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의 예상 성적으로 천웨인이 첫 해 남긴 기록을 대입했다. 류현진으로서는 비교대상과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기회 잡은 셈이다.
▲ 닮은듯 다른 투구 스타일
류현진과 천웨인은 같은 좌완 투수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몇 가지 더 있다. 두 투수 모두 제구력이 안정적이다. 일본프로야구 시절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20개에 불과했던 천웨인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56개밖에 안 된다. 류현진도 한국프로야구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72개였고, 3경기 뿐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1.45개로 안정된 제구를 자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정된 제구에 평균 수준의 포심 패스트볼 속도를 내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하는 점도 닮았다. 천웨인은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1.0마일(146.5km)이며 최고 95.1마일(153.1km)까지 던졌다. 류현진도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0.2마일(145.2km)이고, 최고 구속 93.2마일(150km)로 천웨인에 비해서 조금 떨어지지만 크게 모자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구종 비율은 다르다. 183cm 89kg으로 체구가 크지 않은 천웨인이지만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58.0%에 투심성 싱커도 7.3% 차지한다. 패스트볼 비율이 65.3%에 달하는 파워피처 스타일. 여기에 슬라이더(15.1%)-체인지업(13.8%)을 비슷한 비율로 던지며 커브(5.8%)는 잘 안 던진다. 189cm 116kg 거구의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이 51.6%로 천웨인보다 낮다. 오히려 체인지업이 27.9%로 큰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에 서드 피치로 슬라이더를 11.7% 던지고, 커브도 8.8%나 된다. 천웨인보다 패스트볼 비율이 낮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피네스 피처에 타입에 가깝다.
▲ 아시아 최고 좌완은 누구?
류현진이 올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빠르게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면서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이 생각보다 일찍 성사됐다. 시즌 초반 성적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앞선다. 류현진은 3경기에서 18⅔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2.89 탈삼진 20개를 기록하고 있다. 천웨인도 같은 3경기에서 18이닝을 소화했으나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9개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즌 초반 3경기이기에 큰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 류현진은 보여지는 기록 이상으로 매경기 점차 나아지는 투구내용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천웨인도 최근 2경기 연속 패전투수였지만 퀄리티 스타트로 꾸준함을 이어가는 중이다. 결국 당일 컨디션과 야수들의 지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야구의 대표주자격인 일본은 다르빗슈를 비롯해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으나 모두 우완 투수들이다. 2002~2004년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에서 39승을 거둔 이시이 가즈히사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좌완 선발투수가 없었다. 류현진-천웨인의 선발 대결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좌완' 투수를 놓고 벌이는 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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