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레이예스(SK)와 릭 밴덴헐크(삼성)는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룸메이트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올 시즌 나란히 국내 무대에 입성한 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으며 향수를 달랜다.
17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레이예스는 "어제 선발승을 거둔 뒤 밴덴헐크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며 "아무래도 소속 구단의 승리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친구로서 호투를 축하해줬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기를 앞두고 가급적이면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결과에 따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밴덴헐크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 때 직구 최고 152km까지 기록하는 등 외국인 특급 선발로 기대를 모았으나 어깨 근육통을 호소해 시범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군 경기에 두 차례 등판한 게 전부.

밴덴헐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레이예스는 "그는 좋은 투수다. 결코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로서 직구 뿐만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레이예스는 16일 8이닝 3실점 호투를 뽐내며 시즌 3승째를 따내는 등 외국인 선수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넉살 좋은 성격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다. 구단 관계자는 "레이예스는 선수단에서 '아메리칸 이호준'으로 불린다. 선수들 사이에서 '이호준이 NC로 이적한 뒤 레이예스가 왔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레이예스는 "등판을 앞두고 상당히 진지하지만 평소에는 활발한 편"이라며 "(한국 무대는) 상당히 흥미로운 리그다. 이곳에 와서 크게 바꾸는 건 없다. 내가 가진 내 스타일대로 투구한다"고 장점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삼성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밴덴헐크는 6이닝 3실점 9탈삼진 쾌투를 뽐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레이예스 또한 밴덴헐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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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레이예스-릭 밴덴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