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의 모토는 뛰는 야구다. LG는 17일까지 팀도루 27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박용택 오지환 이대형 기존 멤버에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등 신진세력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거침없이 베이스를 훔친다. 지난 17일 광주 KIA전에선 도루 6개를 올렸다. LG 김기태 감독은 “우리는 장타력으로 승부를 보기 힘들다, 계속 뛰어야 한다”며 홈런 타자의 부재를 다리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LG의 발야구가 올 시즌 들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LG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0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비해 작전에 의해 뛰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지난해 LG는 희생타 80개로 가장 벤치의 개입이 적은 팀이었다. 모든 희생타가 벤치의 지시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은 희생타가 벌써 13개나 된다.
작전이 바탕이 된 뛰는 야구는 개막전부터 나왔다. SK의 막강 좌투수 조조 레이예스에 5이닝 퍼펙트로 침묵하던 LG는 6회 문선재가 에러로 출루한 후 도루로 2루까지 진루하고 희생번트와 1루 땅볼로 안타 없이 올 시즌 첫 득점을 장식했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도 손주인이 에러로 출루했고 진루타와 3루 도루, 그리고 현재윤의 기습번트로 안타 없이 득점에 성공했다. 전지훈련서 LG 타자들은 부단히 상황에 맞는 타격을 연습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LG 김무관 타격코치 또한 “타격과 주루는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우리 팀의 득점력이 좋아진 것은 오지환에 문선재 정주현 김용의 등의 빠른 주자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빠른 주자가 출루하면 투수가 압박감을 받고 흔들리기 쉽다”며 “타자들에게 상대 투수의 볼넷을 살리라고 강조 중이다. 기록에서도 나타나지만 안타로 인한 출루보다 볼넷을 통한 출루가 득점 확률이 더 높다. 볼넷은 곧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올 시즌 우리 팀의 목표는 잔루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팀 중심타선의 타율이 3할이 넘었다. 8개 구단 최고였다. 하지만 타점은 너무 적었다. 잔루가 1010개나 됐다. 올해 잔루를 50개만 줄여도 확 달리질 것이다. 출루만 하고 들어오지 못한다면 의미 없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며 작전에 의한 뛰는 야구가 LG의 고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를 바랐다.
문제는 상대팀도 LG의 전략을 간파하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16일 광주 KIA전을 한 번 더 돌아보면 LG 타자들은 4회초 선발투수 양현종이 제구난조로 볼넷을 범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볼넷으로 출루한 첫 타자 정의윤이 도루에 실패했음에도 손주인과 문선재가 더블스틸, 이후 문선재와 정주현도 더블스틸을 시도했다. 첫 번째 더블스틸은 성공했지만 2사 1, 3루에서 득점을 노린 더블스틸은 양현종의 커트 플레이로 실패하고 말았다.
앞서 김기태 감독의 말대로 LG에 30, 40개의 홈런을 기록할만한 타자는 없다. 고질병인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 저조한 득점권 타율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를 던진 것이다. 도루나 작전은 성공하면 묘수지만 실패하면 악수가 된다. 도루 실패나 희생번트 실패, 히트 앤드 런 간파에 의한 견제사는 흐름을 한 번에 상대 쪽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LG는 도루 성공도 1위지만 도루 실패도 10개로 1위다. KIA와 주중 3연전 중 앞선 두 경기에서 무려 도루 10개를 올렸지만 결과는 2연패다. 보다 정교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역효과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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