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중문화 트렌드 중 하나를 꼽는다면 '좀비'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올해 물꼬는 틔였다. 영화 '웜 바디스'를 통해서다. 로맨스 꽃좀비에 이어 이번에는 다이나믹한 액션을 선보이는 브래드 피트의 좀비물이 습격한다. 올해 한국영화, 좀비떼를 조심해야겠다.
'웜 바디스'는 올 초 극장가의 또 다른 반전이었다. 누군가는 이례적 흥행이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역발상의 승리라고 했다. 영국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할리우드 유망주이긴 하나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고, 감독 역시 '50/50'으로 국내팬들에게 알려졌지만 유명 감독은 아니란 점, 장르 역시 실험성 강한 좀비로맨스라는 것 등의 약점을 넘고 흥행에 성공했다. 약 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국내(110만여명, 영진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꽤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의 선전은 지난 해 부터 강세를 보인 한국 멜로-로맨틱코미디의 팬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데 있다. '사랑에 빠진 좀비'라는 신선한 설정의 이 영화는 사실 좀비물이라기 보다는 멜로에 가까웠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서부터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쥴리엣'을 대놓고 오마주하는 이 영화에서 좀비는 사회의 비주류이로 영화는 소위 말하는 '루저' 남성의 사랑 쟁취기라고도 읽을 수 있다. 그 만큼 좀비란 캐릭터를 이용한 한 편의 말랑말랑한 멜로물이었다. 여기에 고전 컬트를 재치있게 패러디한 영리함이 가미됐다.

그동안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좀비 영화로는 2010년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4'가 유일할 정도로 한국 극장가에서 좀비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었다. 따라서 '웜 바디스'가 세운 기록은 돋보일 만 했다.

이제는 좀 더 스케일이 크고, 다이나믹한 좀비가 몰려온다. 대재난이 닥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위기에 빠진 인류의 상황을 긴장감 넘치는 묘사와 구성으로 담아내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책 '월드 워 Z'를 영화화한 작품이 6월 관객들을 만난다.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열한 판권 경쟁에서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플랜B 영화사에서 판권을 거머쥐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2013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한 편으로 부를 만 하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은 물론 주연, 프로듀서까지 1인 3역을 맡아 기대감을 더한다.
예고편을 통해 등장한 좀비떼는 곤충이나 동물떼 같은 진기한 이미지로 보는 이에게는 공포감이 엄습된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보면, 진풍경이라고 부를 만 하다. 원래 영화 속 좀비들은('웜바디스'도 그렇고) 느린 움직임이 특징이나, '월드 워 Z'에서는 보다 빠르고 에너지틱하며 개미, 벌떼, 새떼 같은 이미지로 기존의 좀비 영화들과는 다른 좀비를 보여줄 것이란 각오다.
브래드 피트는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시네마콘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내 '월드 워Z'에 대해 "5년 전, 나는 좀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라며 웃어보였다. 로맨틱 좀비에 이어 브래드 피트의 자신감있는 좀비까지, 이처럼 올해 한국영화를 위협하는 캐릭터는 단연 좀비다. 좀비는 아직까지 한국영화가 본격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던 성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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