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Gentleman)' 뮤직비디오가 KBS 심의국의 자체 심의결과 방송불가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KBS에서 볼 일이 요원해졌다. 하지만 그 이유가 요상하다. 뮤직비디오 속 등장하는 주차금지 시설물을 싸이가 발로 차는 장면이 공공시설물을 훼손했다는 게 부적합 판정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PPL이나 선정성 같은 이번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지적돼 온 다소 낯뜨거운 장면이 원인이 아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쌩뚱맞은 이유가 싸이의 뮤직비디오 방영을 가로막은 것이다.
KBS의 이 같은 판정과 달리 SBS는 '젠틀맨' 뮤직비디오 방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분19초 분량으로 편집한 상태에서 신청한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해 SBS는 12세 시청 연령 등급을 붙이는 심의결과를 내놨다. 지상파 버전으로 편집한 뮤직비디오에 대해 방송 불가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KBS 측에서 이유로 든 공공물 훼손에 대한 문제 지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KBS와 SBS가 이처럼 상반된 심의결과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심의실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OSEN에 "KBS측에서 방송불가 이유로 든 공공물 훼손 지적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여해 공들여 만든 뮤직비디오에 공공물훼손이라고 일컬어진 장면이 방송불가 판정을 내릴 만큼 분명한 이유가 되지는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싸이의 경우 B급 유머로 가득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케이스인데 그와 연장선상에 있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너무 꽉 막힌 처사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큰 성공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후속 뮤직비디오에 대해 안방에서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었다.
KBS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뮤직비디오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싸이 측은 "억지 편집으로 뮤직비디오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납득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는 이 같은 불가 판정에 대해 반발심이 드는 것도 과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싸이를 향한 이 같은 엄격한 잣대와는 달리 KBS는 앞서 자사 프로그램인 '뮤직뱅크'가 지닌 한류 확산 영향력에 대대적인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KBS World를 통해 전세계 88개국 시청자에게 방영되는 '뮤직뱅크'가 해외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로 뽑혔다며 케이팝의 한류 열풍에 자사 프로그램이 굉장한 힘을 보태고 있다는 홍보였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 케이팝을 확산시키는 데 '뮤직뱅크'만 되고 싸이는 안 되는 걸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최단기간 1억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써내려 가며 세계 각국에 한류를 전파하고 있는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국내 공영방송사인 KBS에서 오히려 찬밥 신세를 받는다. 이로 인해 전세계 한류팬들 역시 '뮤직뱅크'를 통해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보는 길이 막혀버렸다. 현 상황에 있어 가장 핫한 케이팝 콘텐츠인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뮤직뱅크'에는 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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