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인천전 앞둔 정인환, "골 넣어도 세리머니 안하겠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4.18 17: 26

정인환(27, 전북)은 지난 17일 대구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올 시즌 경남전을 제외하고 휴식 없이 출전한 정인환을 위한 파비오 감독 대행의 배려였다. 다음 경기에서 또 하나의 친정팀 인천을 맞이해야 하는 정인환에게는 어떤 의미로 꼭 필요했던 휴식이었다.
대구전이 끝난 다음 날인 18일, 봉동에 위치한 전북 숙소에서 정인환을 만났다. 짧은 휴식으로 지친 몸을 달랜 정인환에게 인천전을 앞둔 소감과 각오,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상념 가득한 인천전, '엔돌핀 억누르겠다'

"저도 기사를 보고 상태를 접했으니까요. 나 가는건가? 마는건가? 그랬죠".
돌고 돌아온 전북이다. 전북으로 입단해 전남으로 이적했다가 인천을 거쳐 다시 전북으로 돌아온 정인환이다. 인천에서 보여준 맹활약이 전북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적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겼다. 정인환 자신도 기사를 보고 이적설을 알았고, 자신의 행선지가 어찌 될 지 정확히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팬들의 분노에 직면해야했다.
지난 시즌 인천에서 38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한 정인환은 하반기 인천의 무패행진을 책임진 일등공신이었다. 시즌 종료 후 K리그를 빛낸 베스트 수비수에 선정됐고, A대표팀 주축 중앙 수비수로 성장해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에서 차세대 국가대표로 눈도장을 찍었다. 인천팬들에게 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팀 주장의 이적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단에 대한 분노와 이적생 3인방 정인환-이규로-정혁에 대한 섭섭함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정인환이 전북 이적 후 처음으로 인천과 맞대결에 나선다. 그것도 인천 원정이다. 하지만 정인환은 담담했다. "빨리 가서 (인천 선수들과)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 설레고 더 긴장되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있다"고 인천전을 앞둔 마음을 털어놓은 정인환은 "내 마음은 그런게 아닌데 기사로 이렇게 저렇게 나가고, 그것을 보고 팬들이 오해하시고 하는 바람에 나도 곤란했다"며 이적 초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정인환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그런 뜻이 아닌데 팬들이 오해하는게 아쉽다. 안티도 생긴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더니, "인천팬들이 (나를)정말 좋아해주셨다. 잊을 수 없는 팬들이다. 마음 속에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인천팬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뛰던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적 당시 오해가 겹치고 겹치면서 정인환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원체 수더분한 성격인 탓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끙끙대는 경우가 많았다. 인천전을 앞두고 이규로, 정혁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다짐했다. 인천전은 꼭 뛰고 싶다고 뜻을 모았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이들의 각오를 전해듣고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골 넣어도 세리머니 안할 것이고, 열심히도 안할 것 아니냐. 인천전에 너희를 넣지 않으련다"고.
정인환은 감독의 뼈있는 유머를 더 열심히 하라, 인천을 떠나 전북에 와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고, 인천팬들이 아껴준 만큼 자신은 어디서나 잘 하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라는 그런 뜻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정인환이 인천전에서 골이라도 넣는다면? 정인환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무릎을 매만졌다. 넘어지고 뒹구는게 직업인 축구선수답게 생채기가 가득한 검게 탄 무릎을 만지작거리던 정인환은 "골을 자주 넣는 선수가 아니다보니 (골을 넣으면)엔돌핀을 억제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세리머니는 안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오히려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을 글썽일지도 모르겠다고 수더분하게 웃은 정인환은 "팀을 옮겨다니다보니까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인천이 없었으면 축구인생을 계속했을지 모르겠다. 축구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시절, 인천에서 딱 1년만 해보자 했는데 그 때부터 축구가 즐거워졌다"는 고백을 전하며 인천을 한 마디로 정의했다. 자신의 축구인생에 있어 '못 잊을 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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