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이어 다저스도 부진…류현진의 숙명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4.19 06: 12

이것이 류현진의 숙명인 것일까. 
LA 다저스 류현진(26)은 한국프로야구 한화 시절 고독한 에이스였다. 한화는 2008시즌을 기점으로 리빌딩에 실패하며 하염없이 추락했다. 공수에서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졌고, 류현진은 그 와중에도 에이스로 고군분투하며 팀을 떠받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간다. 
다저스는 지난해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애드리안 곤살레스, 칼 크로포드, 핸리 라미레스 등 강타자들을 영입한 뒤 스토브리그에 FA 투수 최대어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을 영입하며 일약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역대 통틀어 최고연봉팀(2억3000만 달러)이라면 당연히 우승후보여야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 최근 6경기에서 류현진이 선발승을 거둔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패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즌 최다 4연패로 7승8패가 돼 5할 승률마저 무너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개팀 중 4위.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처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4위(3.26)에 올라있지만 선발(2.93)에 비해 불펜(4.02)의 힘이 크게 떨어진다. 접전 상황에서 상대를 확실히 압도할 수 없다. 여기에 그레인키와 크리스 카푸아노가 차례로 부상으로 전열 이탈해 선발진마저 위태위태하다. 애런 하랑을 트레이드로 내보낸 상황에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테드 릴리에 기대하는 형편이다. 
가장 심각한 건 타선이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2.73점으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에서 29위다. 팀 타율 12위(0.261) 출루율 7위(0.339)에 비해 결정력이 너무 떨어진다. 팀 홈런(9개)과 장타율(0.367) 모두 리그 26위에 그치고 있고 득점권 타율도 고작 1할7푼1리로 리그 28위로 심각한 수준이다. 찬스만 되면 유독 타자들이 움츠러든다. 
1번과 4번을 치고 있는 크로포드와 곤살레스가 분전하고 있지만 간판타자 맷 켐프와 안드레 이디어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치명적이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 부상 공백으로 중심타선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풀타임 주전 첫 해를 맞이한 루이스 크루스도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등 전반적인 타선의 힘이 너무 약하다. 
이 같은 다저스의 환경은 류현진에게 그리 낯설지가 않다. 류현진은 이미 한화 시절에 이보다 더한 경험도 숱하게 겪어왔다. 불안 불안한 불펜과 터지지 않는 타선으로 오랜 시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달라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호화군단 다저스는 기대이하 전력으로 헤매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언제나 그렇듯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투수였다. 다저스가 4연패 수렁에 빠진 시점에서 류현진에게는 '스토퍼' 특명이 주어졌다. 이 역시도 그에게는 아주 익숙한 일이다. 고비를 헤쳐나가는 법을 잘 아는 류현진이기에 불안한 팀 전력에도 기대와 믿음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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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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