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환(27, 전북)은 지난 17일 대구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올 시즌 경남전을 제외하고 휴식 없이 출전한 정인환을 위한 파비오 감독 대행의 배려였다. 다음 경기에서 또 하나의 친정팀 인천을 맞이해야하는 정인환에게는 어떤 의미로 꼭 필요했던 휴식이었다.
대구전이 끝난 다음 날인 18일, 봉동에 위치한 전북 숙소에서 정인환을 만났다. 짧은 휴식으로 지친 몸을 달랜 정인환에게, 인천전을 앞둔 소감과 각오 그리고 국가대표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인환의 롤모델, 닮고 싶은 태휘형
정인환은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선수다. 정인환 본인은 "아직 주전으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곽태휘-이정수 라인의 제1후계자로 손꼽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대표 센터백'이라는 호칭이 자신을 지칭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낯선 정인환은 "배우려고 간 것인데 자꾸 기회가 생기다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작 정인환 본인은 다음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을까 매번 생각한다. "최고까지 가기가 힘들지 않나. (곽)태휘형 말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그걸 지키는 것이 또 힘든 일이고"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정인환은 "좀 더 부지런해지고 (상대 움직임을)예측하는 플레이를 더 해야한다"며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성실한 선수, 경기장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 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정인환의 롤모델은 곽태휘다. 곽태휘가 중앙대에서 뛰던 시절부터 그의 팬이었다는 정인환은 "플레이스타일이 형과 비슷한 것 같아서 자세나 뛰는 폼을 많이 따라했다"며 수줍게 고백하기도 했다.
정인환은 전남 시절 곽태휘와 함께 뛰었을 때를 회상하며 "영광이었다"고 표현했다. 국가대표가 되고, 국내 최고의 센터백으로서 입지를 다진 후에도 변함없는 성품으로 후배들을 챙겨주는 곽태휘의 모습은 정인환이 롤모델로 삼기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었을 터였다.
▲ '위닝'하면서 친해진 대표팀 동료들
"위닝은 (이)청용이가 제일 잘하죠. 매번 지는 선수는 김기희?".
처음에는 마냥 어색했던 대표팀도 이제는 제법 편해졌다. 위닝도 하고 스타크래프트도 하면서 친목도 다졌다. 대표팀에서 가장 친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정인환은 김기희, 장현수, 윤석영과 같은 수비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불렀다. 공격수 중에는 이청용, 지동원과 친하단다.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 새로 생긴 PC방과 플스방이 이들의 친목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위닝은 청용이가 제일 잘하고 (오)범석형도 잘하는 것 같다. (구)자철이도 잘하고... 매번 지는 선수는 김기희다. 중동에서 맨날 위닝 한다는데 혼자 하다보니까 컴퓨터에 적응해버린 것 같다. 예측불허의 플레이가 나오면 막지를 못하더라".
대표팀은 오는 6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선수들끼리 처음보다 많이 친해져서 운동할 때나 경기할 때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전한 정인환은 "월드컵에 다같이 기분 좋게 가는 것이 바람이다. 첫 경기가 원정인만큼 꼭 승리하고 싶다"고 국가대표다운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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