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20회 방송을 모두 마친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가 창대한 시작과는 달리 미약한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화려한 겉치장을 드러내자 엉성한 이야기 짜임들이 드러났다. 결국 ‘아이리스∥’는 열연을 펼친 배우들과, 속 시원한 결말이 아닌 속편 예고만을 남긴 채 종영했다.
‘아이리스∥’는 약 200억 규모의 제작비 투입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전작 ‘아이리스’의 영향으로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의 뚜껑을 열자 화려한 출연진과 액션,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 전개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첫 방송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시작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관심도는 낮아졌고, 이는 곧 시청률에 반영돼 가시화된 결과물로 드러났다. 경쟁작인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1위에 올라서더니 종영할 때까지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이에 밀려 꼴찌로 내려앉더니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 끝 모르고 추락했다. 함께 경쟁하던 드라마들이 먼저 종영한 뒤 ‘아이리스∥’는 1위에 올라서며 잠시 반사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새로운 강호 MBC '내 남자가 사랑할 때‘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아이리스∥’는 전작 ‘아이리스’와 비슷한 설정과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남녀 주인공 설정부터 핵을 둘러싼 남북의 대결, 극의 결말인 남자주인공 유건(장혁 분)의 죽음까지 전작과 유사한 모습으로 재미보다 식상함을 안겨줬다.
그 와중에 배우들의 열연은 눈물겨웠다. 장혁은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농익은 감정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그의 현란한 절권도는 액션 첩보물이라는 장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극중 장혁과 반대편에 섰던 이범수도 탄탄한 연기력과 장혁 못지않은 액션을 선보였다. 이범수는 마냥 멋있기만한 것이 아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자신의 내공을 아낌없이 발휘해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또한 여배우들의 활약이 ‘아이리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다해와 임수향은 남자들 못지않게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뜨거운 ‘꽃들의 전쟁’을 보여줬다. 이다해는 극중 장혁을 사랑하는 수연 역을 표현하며 절제와 폭발의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했다. 임수향은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섹시한 테러리스트로 분한 그는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로 호평 받았다.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 많은 인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극중 장혁은 전작의 주인공 이병헌이 그랬듯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고, 핵을 두고 그와 대치했던 이범수, 은밀한 스파이였던 이준까지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인물들이 안정을 되찾을 무렵, 드라마는 백산(김영철 분)이 남긴 마지막 핵의 모습을 비추며 20회의 여정을 마쳤다.
이렇듯 ‘아이리스∥’는 그다지 좋지 못한 평을 들으며 종영했지만, 속편 등장의 여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또 나오나?’라며 탐탁찮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속편에 대해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아이리스 Ⅲ’가 나오게 된다면 보다 만반의 준비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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