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호는 지난해부터 부단히 ‘뛰는 야구’를 강조해왔다. 팀 내 30, 40홈런을 날리는 거포가 없기 때문에 한 방보다는 주력으로 점수를 뽑으려한다. 실제로 LG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팀 도루 140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16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벌써 팀 도루 30개, 94득점으로 도루와 득점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김기태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강조했던 ‘기동력=득점력’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현역 통산 최다 369도루를 기록 중인 이대형이다. 이대형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시즌 연속으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만큼 주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때문에 김기태호의 절대과제 중 하나도 ‘이대형 살리기’가 됐다. 김기태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는 2007년 이후 매년 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대형의 타격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했다. 이대형이 치고 나갈 수만 있다면, LG의 공격력이 극대화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았으나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이대형은 시즌 내내 1군과 2군을 오가다가 타율 1할7푼8리 최악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자진해서 진주 마무리캠프에 참가했고 캠프 주장을 맡아 한 달 동안 후배들을 이끌었다. 전지훈련에선 배트를 짧게 잡기 시작하는 등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절대 안 된다’는 외부의 시선도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과 김무관 코치는 이대형을 향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김 감독은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대형을 팀 내 주축 선수로 평가했다. 김 코치도 이대형에 대한 질문에 “향상되는 과정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만 분명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대형은 지난 11일 1군 합류 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질병이었던 타격시 어깨가 1루를 향했던 문제를 수정한 것에 이어 올해는 배트를 짧게 잡고 스윙 궤도도 작게 했다. 단순히 타구를 멀리 날리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닌, 정확히 공을 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김무관 코치는 “애초에 홈런 타자가 아닌데도 스윙이 컸다.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이대형은 바꾼 타격폼으로 꾸준히 외야수 앞에서 떨어지는 안타를 생산,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출루율 4할7푼6리를 기록 중이다. 특히 18일 광주 KIA전에선 8회초 천금과 같은 결승타를 쳤다.
물론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이대형이 진화에 성공해 선발라인업에 들어간다면, LG는 마지막 조각을 맞추게 된다. 박용택 오지환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으로 구성된 도루 부대에 이대형까지 가세하면 LG는 팀 도루 180개 이상을 올릴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이 강조하고 있는 ‘뛰는 야구‘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이대형이 있는 외야라인과 없는 외야라인의 수비력 차이는 절대적이다. 그만큼 이대형의 넓은 수비범위는 외야진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시즌 8개 구단 최다 35개의 3루타를 허용했던 외야진도 이대형이 꾸준히 한 축을 담당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대형은 지금까지 주로 1번 타자로 뛰어왔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이대형을 2번 타순에 배치하거나 상대팀이 좌투수를 선발투수로 올리면 이대형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대형이 부담 없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대형은 올 시즌 후 FA가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김기태호의 ‘이대형 살리기’도 종착역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