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우승을 살 수는 없다”라는 조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LA 다저스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저스의 올해 총 연봉은 2억3000만 달러(약 2600억 원)에 이른다. 전 미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매직 존슨을 위시한 투자 그룹이 지난해 다저스를 인수한 뒤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다른 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를 통해 대거 영입했고 오프시즌에는 잭 그레인키(7년 총액 1억4700만 달러)와 류현진(포스팅 금액 포함 6200만 달러)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팀 총 연봉은 지난해 개막 때와 비교해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모두 우승을 위한 결단이었다. 호화 라인업에 팀 내외의 기대치가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다. 다저스는 18일(한국시간) 현재 7승8패(승률 .467)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처져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지구 선두 콜로라도 로키스에 3.5경기 뒤져있다. 오히려 지난해만도 못한 결과다.

좋지 않은 요소들이 겹치고 있다. 우선 빈약한 타선에 주목할 수 있다. 다저스의 팀 타율은 2할6푼1리로 그다지 나쁘지 않다.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7위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이 떨어지는 탓에 득점은 41점으로 리그 14위다. 오직 마이애미 말린스(32점)만이 다저스 아래에 있다. 팀 홈런도 9개로 리그 12위, 장타율은 3할6푼7리로 13위다. 죄다 하위권이다.
주축 타자들의 감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간판 타자 중 하나인 멧 켐프의 타율은 1할8푼2리에 처져 있다. 홈런은 하나도 없다. 안드레 이디어 역시 타율 2할6푼5리, 1홈런에 머물고 있다. 루이스 크루스는 40타수 4안타, 타율 1할이다. 투수인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의 안타 합계(5개)보다도 못쳤다. 아드리안 곤살레스(타율 .407)와 칼 크로포드(.375)가 분전하고 있지만 흐름이 곳곳에서 끊기고 있다.
마운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8명의 투수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거듭했던 선발진은 부상자와 트레이드로 이제는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특히 벤치 클리어링 중 부상을 입은 그레인키가 앞으로 두 달 가량 뛸 수 없다는 것은 악재 중의 악재다. 평균자책점 4.02의 불펜진도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는 부족하다.
객관적인 전력이 좋은 만큼 앞으로 성적이 올라갈 가능성은 높다. 다만 이런 부진이 길어질 경우 지도력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올해로 다저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돈 매팅리 감독은 시즌 전 연장계약을 희망했으나 구단은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성적이 나지 않을 경우 매팅리 감독의 거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팀 분위기에 좋을 것이 없다.
결국 빨리 반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루 휴식일을 가진 뒤 20일부터 가지는 볼티모어와의 원정 3연전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리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 볼티모어는 올해도 7승7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만만한 팀은 아니다. 여기에 첫 경기에는 에이스 카드 제이슨 하멜을 내민다. 맞대결하는 류현진의 임무가 생각 이상으로 막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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