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AGAIN 2010’ 가능한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9 14: 20

에이스의 귀환이었다. 왼 어깨 재활에서 돌아온 김광현(25, SK)이 복귀전에서 좋은 내용을 선보이며 기대치를 높였다.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2010년의 재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광현은 지난 1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등판했다. 사실 등판 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깨 재활을 마친 뒤 처음으로 갖는 1군 등판인데다 올해 들어 실전에서 70개 이상의 공을 던져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강호 삼성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3실점(비자책) 6탈삼진으로 호투했다.
야수들의 실책이 아쉬웠던 2회 다소 흔들리며 3실점했을 뿐 나머지 이닝은 깔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의 위력은 더 좋아졌다. 직구(42개)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왔다. 제구도 좋았다. 전성기 당시에도 소위 말하는 ‘날리는 공’이 있었던 김광현이지만 이날은 3회 이후 그런 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주무기인 슬라이더(31개)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고 그 외에 스플리터성 계열의 변화구와 커브를 섞어 던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경기 후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광현은 등판 다음날인 18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몸은 정말 완벽하게 만들어진 상태”라고 자신했다. 그간 재활 과정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빠르다”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꾸준히 한계 투구수를 늘리며 조만간 완벽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등판과 재활을 반복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건강함은 김광현 부활의 모든 전제조건이 된다. 우선 구위가 좋아진다. 이날 김광현의 직구 위력은 한창 좋을 때를 방불케 했다. 한창 잘 맞고 있었던 삼성 타자들을 힘으로 윽박질렀다. 3회 이승엽, 5회 조동찬, 6회 박한이가 직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처져 있던 팔 각도가 정상을 되찾으며 찍어 누리는 힘이 강해졌다. 임팩트 순간에 힘을 실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재활 중 어깨 보강은 물론 웨이트와 러닝도 충실하게 했다는 것이 이번 등판에서 드러났다. 김광현의 투구 밸런스는 완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탄탄한 하체를 이용한 중심이동이 좋았고 투구 후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등판 당시 날씨가 초겨울을 느끼게 할 만큼 쌀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도 높다.
자신감도 고무적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아픈 어깨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전력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고 방망이에 맞아 나가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잡생각이 없다. 어깨 상태에 신경 쓰지 않고 투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더 좋은 구위로 이어짐은 물론 다양한 구종도 던질 수 있다. 실제 이날 김광현은 슬라이더와 다른 궤적인 스플리터를 던졌다. 3회 박석민이 서서 당한 삼진의 구종이 스플리터였다.
물론 한 경기 결과로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만큼 경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소중히 다뤄야 할 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몸 상태의 김광현이라면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다. 기량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로 무장해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독기’다. 2년간 남몰래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광현은 말없이 화려한 부활을 위해 칼을 갈았다. 정신력과 의지는 무형적인 요소지만 때로는 단순한 구종 하나, 그리고 스피드 1~2㎞ 이상의 든든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좀 더 완벽한 선수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2010년 활약상의 재현이 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섣부를 수도 있지만 복귀전의 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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