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고' 김용화 감독 "'국가대표' 성공 후 허망했다, 그래서.."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4.19 09: 25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225억원 대작으로 돌아온다. 한국 최초로 '고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스터고'가 그 작품이다.
그는 지난 18일 파주 '덱스터 디지털'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기작 '미스터 고'에 임한 소감, 각오를 들려주고, 그 곳의 작업 공정에 대해서도 보여줬다. 그는 2010년 '미스터 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투자를 받아 시각효과(VFX) 제작 스튜디오인 '덱스터 디지털'을 설립했다. 할리우드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로 국내영화계에서의 원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야구하는 고릴라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중국에서 500만 달러(한화 50억여 원)를 투자받은 한중 합작물로 순제작비 225억 중 약 120억이 VFX에 사용됐으며 고릴라 장면이 무려 900여컷이 등장한다. 제작 기간은 2010년부터 오는 7월까지 4년에 달한다.

김용화 감독은 이날 "국가대표'가 성공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약 6개월간 허무하고 허망함에 사로잡혔다. 결국 인생은 내가 어떤 식으로든 잘 되던 간에, 고통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갖고 있구나란 깨달음을 얻었다"라며 "고통의 양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거라면 이 모든 것을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한국 관객들, 더 나아가서 한국영화에게 값진 선물을 주고 싶었다"라고 자신이 영화에 대해 갖는 고통을 좋은 영화로 갚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에 대해 "허영만 만화는 10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 엄청난 명작임에도 자칫 영화로 잘못 옮기면 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를 하는 고릴라라는 설정만 빌려왔다"라고 말했다.
국내를 넘어 많은 나라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감정과 스토리를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김 감독은 "영화가 추구하는게 극사실주의다. 그 전에 '킹콩', '혹성탈출'처럼 회화풍이거나 또는 시네마틱한 화면보다는 훨씬 살아있는 고릴라였으면 해서 전세계 VFX업체에 의뢰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를 3, 4편 들 정도로 엄청난 제작비가 든다는 것을 알고 엄청난 좌절감을 느껴 3개월간 고통을 받았다"라고도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왕 이렇게 힘을 몰아주신 거면 온갖 열정을 쏟아 출사표란 던지겠다는 각오를 했다. '미스터고'의 많은 기술적인 부분들은 하나씩 격파하듯이 해치웠다. 그러면서도 기술에 필적할 만한 내용이 들어와야 하기에 연출에도 한 땀 한땀 공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조국이 있다. 한국 스태프들이 0에서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다 만들어낸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제작기도 있었다. 너무나 힘든 영화라 처절하게 외롭고 힘들었다."
◇ 다음은 김용화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 어렸을 때부터 영화 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들 때문이었다. 원래 CF 감독을 하려고 했는데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보며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수 있겠다 생각했고,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고통과 희망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했다. '오 브라더스'로 데뷔를 했는데, 대학 때는 오히려 스릴러 같은 장르를 전공했다. 그게 엎어져서 이 쪽(휴먼코미디)으로 하게 됐는데, 이 쪽에 오히려 재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세 편 다 관객분들이 많은 사랑을 해주셨다. 어렵게 살았는데, 영화 감독으로서 좋은 삶을 살게 됐다. 내가 성공하는 요인이 과거했던 것을 잘해서 더 열심히 하라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나와 10년 가까이 하는 스태프들을 위해서도 안도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백투더 퓨처',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는 우리가 못 해서 안 했다가 아니라, 안 해서 못했다란 생각으로 해보자고 했다.
- 중국배우 서교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하게 됐나?
▲ 화이브라더스가 중국에서 합작을 제안해 영화가  제작됐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중국 측에서 이 역할에 두 명을 제안했고, 그런 연유로 해서 서교를 만났다. 서교는 8세인데, 20세가 되면 장쯔이를 능가하는, 대륙을 호령하는 배우가 될 것 같다. 나이와 경험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소녀가 중국 고릴라를 데려와서 한국 야구단에 입단하는 설정인데, 물론 내가 유명한 배우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당연히 훌륭한 배우랑 하는 것이 좋은데, 내 안에 반골기질이 있다. 내 안의 속성상 훌륭한 배우가 좋은 영화를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대부분 구성과 캐릭터에 집중돼 있어서 1시간 반~2시간 동안 꾸준히 해내기만하면 기존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들보다는 새로운 얼굴이 훨씬 잘 녹아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세계시장이 넓어지니 그런 차원에서는 연기적으로 평가받는 분들이랑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가 드라마보다 기술이 두드러질 수 있는데?
▲ 내가 원래 드림웍스 영화들을 좋아한다. 흔히 영웅화된 주인공이 안 나오더라도 충분히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토이 스토리'를 좋아한다. 내 영화의 주인공은 고릴라 링링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기술이고 뭐고 감정 이입이 안 되면 안된다. 2시간 동안 잘 설계해서 VFX, 음악, 미술 등을 잘 조화시켜 관객에게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목표다. 물론 만들다보면 기술에 함몰되는 경우가 있다. 용케 내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과시되거나 과장된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의 균형 감각은 잘 유지됐다고 생각한다.
-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전환점이 됐나?
▲ 인간의 속성이 자기가 가진 것을 놓치려고 하지 않는데, 김용화 감독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오지는 않겠지만 한국영화계에 이런 장르하면 김용화 감독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긴 하다. 저에 대해 잘 모르셔도 제 전작을 들으면 보러 오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내 안의 타성을 모두 버려야지,란 생각을 했다. 그것이 부모님에 대한, 나에 대한, 스태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국가대표'가 끝나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장을 향해 도전해 보자란 생각. 낭떠러지에 내 몸을 세운 것처럼 해야 한다는 엄청난 의지로 했다. 이번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반쯤은 벅찬 마음으로 찍었고, 반쯤은 다시는 해 보고 싶지 않은 오욕과 고통의 순간들이었다.
- 중국과의 합작 영화인데 향후 계획은?
▲ 북경영화제에 가서 '미스터고' 섹션 행사를 한다. 중국에서는 현지 자본 20%가 넘으면 합작 조건이 된다. 외화지만 500만 불이 들어와 합작조건에 성공했다. 한국 영화에 과감하게 투자한 게 중국 정부로서도 굉장히 특이한 일이라고 한다. 중국의 개봉 규모는 10000개 스크린 이상일 것 같다. 과연 이렇게 많은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기적같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중국 분들의 평가가 중요한데 정말 살 떨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한국분들보다 훨씬 웃고 더 큰 감정이입을 해서 펑펑 울더라. 내 영화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잘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 같은 영화도 아시아에서 잘 됐다. 아시아 동시 개봉을 1차 목표로 잡았다.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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