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몰고 온 캐릭터가 있었을까. KBS 2TV 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의 만능 사원 미스김(김혜수 분)이 큰 인기를 얻으며 신드롬을 낳을 조짐이다.
124가지의 자격증을 소지한 슈퍼갑 계약직 직원 미스김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점심시간입니다만’ 등의 독특한 ‘다만체’와 절도 있는 동작을 기본으로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비현실적인 계약직 직원으로 속 시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스김은 최근 방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러시아 바이어에게 큰 목소리로 폭풍 공격을 펼쳐 계약건을 성사시키거나, 빨간 내복을 입고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선보여 홈쇼핑에서 완판녀로 등극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스김은 포클레인 운전과 간장게장의 달인 등의 설정으로 황당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매회 선사 중이다.

슈퍼갑 계약직 직원 미스김은 현실에는 없는 인물이지만 직장인이 꿈꾸던 이야기를 대신 해주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직장 상사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쏟아내는 직장인의 로망을 녹여낸 캐릭터 미스김은 직장생활에 지친 남녀 모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며 시청자를 열광시킨다.
앞서 지난 2006년 방송됐던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한예슬 분)도 마찬가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기억을 상실했지만 성깔만은 살아있던 나상실은 “난 입맛에 맞지 않는 건 먹지 않아”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폭풍 흡입하던 짜장면 먹방신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큰 눈알을 굴리며 짜장면을 허겁지겁 먹거나 오징어다리를 질겅거리며 달착지근한 막걸리에 얼큰하게 취해 버스 정류장에서 “잘 자라, 장철수”를 외치던 사랑스러운 나상실은 하이톤의 “꼬라지하고는”이라는 말 위에 실린 개념 찬 막말로 사랑받았다. 예의를 지키느라 하고싶은 말을 참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나상실의 막말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또 지난 2005년 작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 분)은 뚱뚱하고 못생긴 노처녀 캐릭터로, 야심한 시각 비빔밥에 소주를 마시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삼순은 맞선 시장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 씁쓸한 신세로 다이어트, 취업, 결혼 등 뭐 하나 쉽게 되는 일 없이 모든 사람들에 무시를 받는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빵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삼순은 막무가내 손버릇과 뼈있는 독설, 연하남 현진헌(현빈 분)과의 로맨스로 판타지를 충족시키며 ‘삼순이 신드롬’을 몰고 왔다.
학벌과 스펙, 재력 등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세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철칙이 있으며 독설을 앞세웠다는 점이 닮은 개성 강한 여성 원톱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와의 찰떡 궁합 속 날개를 달고 시청자에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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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