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과시’ 김진우, KIA 피로회복제 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19 21: 49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선수들은 얼마나 피곤하겠어”
19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선동렬 KIA 감독은 걱정을 내비쳤다. 전날(18일) 경기의 피로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KIA는 1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장장 5시간의 혈투 끝에 12-13으로 역전패했다. 단순한 1패를 넘어 선수단 전체에 큰 피로감이 쌓이는 패배였다. 더군다나 이동 관계로 쉴 시간도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인천행 버스를 타고 새벽 4시에나 도착했다. 아무리 프로선수라고 해도 견디지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다.
이 상황에서 선 감독은 한 선수에 집중했다. 바로 이날 선발 등판이 예고된 김진우(30)였다. 단순히 선발 투수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힘이 남아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김진우는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한 이후 13일이나 휴식을 취했다. 어깨 근육이 약간 뭉쳐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뛴 까닭이다. 전날 불펜 소모가 극심했던 것을 떠올린 선 감독은 “김진우가 6이닝 정도는 막아줬으면 좋겠다. 7이닝이면 더 좋다”라고 기대했다.

김진우는 이런 기대치에 거의 완벽히 부응했다. 김진우는 이날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8피안타 10탈삼진 3실점 호투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실점 과정도 아쉬웠다. 6회 2사 1,2루에서 정진기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치는 듯 했으나 공이 뒤로 빠지며 낫아웃이 된 것이 3실점으로 이어졌다. 공이 빠지지 않았다면 7이닝 무실점이었다.
다만 어깨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고 명품 커브 등 변화구의 각도 살아있었다. 이에 SK 타자들은 김진우의 공에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김진우에게 뽑아낸 8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였고 어렵게 잡은 기회는 김진우의 위기관리능력에 무산되곤 했다.
단순한 투구내용, 그리고 1승 이외에도 의미가 있었다. 우선 어깨 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다. KIA는 에이스 윤석민이 아직 전력에 합류하지 못한 관계로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다소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우의 정상적인 복귀는 가뭄의 단비라고 할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 한 점은 김진우의 호투가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던 팀 동료들을 도왔다는 점이다. KIA는 전날 5시간 혈투를 펼쳤다. 선발 임준섭이 3⅓이닝 밖에 버티지 못해 6명의 불펜 투수가 줄줄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주중 3연전을 전반적으로 바라봐도 불펜 소모가 심했다. 이날도 김진우가 일찍 무너지면 쓸 만한 불펜 요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선 감독의 고민이었다.
그러나 김진우가 11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가까이를 소화함으로써 이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후 KIA는 진해수 유동훈 앤서니가 2⅓이닝을 이어 던져 팀 승리를 지켰다. 이 정도의 이닝 소화라면 아주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불펜 투수들은 아예 하루의 휴식 시간을 벌었다. 향후 남은 주말 2경기에 긍정적인 신호가 뜬 것이다. 이처럼 김진우가 KIA의 피로회복제 몫을 톡톡히 한 경기였다. 자신도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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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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