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전향 2년. 어느덧 거인군단의 4번 타자에게서 풍겨오는 향기가 난다.
바로 김대우(29,롯데) 이야기다. 유망주라고 하기에는 적은 나이는 결코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투수로서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2011년 좌절 속에서 타자 전향을 결정했던 김대우다. 그로부터 2년, 1군 무대에 벌써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우는 롯데가 가진 13경기 가운데 11경기에 출전, 타율 3할7푼(27타수 10안타) 3타점 5득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 10개 가운데 2루타가 4개, 3루타가 2개일 정도로 장타력 하나 만큼은 타고났고 19일에는 프로 첫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주루능력까지 갖춘 김대우다.

34타석에서 삼진 10개를 당했지만 볼넷도 7개나 얻어낼 정도로 선구안을 갖췄다. 사실상 1군에 첫 명함을 내미는 신인타자 답지 않은 침착함도 엿보인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그 안에 들어오는 공만 치는 건 옛 4번 타자 이대호와 흡사한 면이 있다. 덕분에 출루율도 5할로 당당하게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까지 5할7푼1리, 말 그대로 신데렐라의 등장이다.
강민호가 복귀하며 잠시 4번 타자 자리를 내줬던 김대우는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다시 4번 자리를 꿰찼다. 팀은 7연패로 허우적대던 상황, 김대우는 3-1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3루타를 작렬 시키면서 추가득점의 발판을 놨다. 롯데가 8회말 삼성에 2실점을 했기 때문에 김대우의 3루타는 천금과도 같은 가치가 있었다. 말 그대로 연패탈출의 결정타가 됐다.
롯데의 올 시즌 고민은 1번과 4번 타순이었다. 1번은 시즌 초반 김문호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4번은 계속 고민이었다. 4번에만 들어가면 선수들이 부진했다. 그렇지만 김대우는 4번으로 들어간 3경기서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3볼넷을 골라내며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이 기대주들의 활약으로 채워지고 있는 롯데다.
그에게 이대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라는 건 누구도 요구하지 않는다. 지난해 홍성흔 만큼만 해 줘도 대만족이다. 그 보다 팬들은 야수 전향 2년 만에 어느덧 4번 자리에서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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