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이만수? 대타 작전 비결은 ‘글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20 06: 36

이쯤 되면 SK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에이스 조조 레이예스도,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최정도 아닌 ‘대타’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진두지휘하는 이만수(55) SK 감독의 대답은 아리송하다. ‘글쎄요’다.
대개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투입되는 대타들은 어려운 상황에 들어선다. 대타들은 타석에서 투수들의 공을 볼 수 없다.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다. 감각을 찾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승부처라면 중압감도 커진다. 때문에 성공시의 쾌감과는 별개로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18일까지 프로야구 9개 구단의 평균 대타 성공률은 1할8푼6리로 전체 팀 타율(.271)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다는 대타 카드를 통해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팀이 있으니 바로 SK다. SK는 18일까지 총 24번의 대타를 꺼내들었다. 타율은 2할5푼으로 리그 4위지만 영양가는 단연 최고라고 할 만하다. 벌써 3개의 대타 홈런이 터져 나온 것을 비롯, 승부처에서 투입되는 대타들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LG와의 개막전에서 생애 첫 홈런을 대타 홈런으로 장식한 조성우부터 징조가 심상치 않았다. 10일 넥센전에서 조성우가 또 한 번 대타 홈런을 쳐내는 등 대타로 곧잘 흐름을 바꿔놓더니 이번주에는 3경기 연속 대타 카드가 맞아 떨어졌다.
17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4-5로 뒤진 8회 2사 3루에서 대타 박진만이 상대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쳐냈다. 18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박정권이 올 시즌 팀 세 번째 대타 홈런을 때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19일 문학 KIA전에서도 7회 대타로 투입된 안치용이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뒀다. 대타 카드가 이렇게 연속적으로 들어맞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패턴은 거의 유사하다. 승부처에서 왼손 투수가 마운드에 있으면 오른손 타자를 낸다. 조성우가 단골손님이다. 오른손이라면 벤치의 왼손 타자를 투입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논리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팀들이 비슷한 성공률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타 투입 시점을 선택하는 타이밍과 선수를 선택하는 이 감독 특유의 감이 있을 법한 이유다.
그러나 결정권자인 이만수 감독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다소 김이 빠지는(?) 답변이다. 대신 “대타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선수들이 잘하면 감독이 칭찬을 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내 작전이 빛나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짧게 말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자 “경기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라는 평소 대외적 지론과도 맞닿아있다.
대타를 투입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결국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그만큼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감독도 이를 칭찬한 것이다. 왼손 투수에 특화된 스윙 궤적을 가지고 있는 조성우의 사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의 집념과 배짱이 대타 작전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SK의 대타 카드가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밋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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