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프로배구 챔피언들의 맞대결인 '2013 한일 V리그 탑매치'. 3년 만에 부활한 이번 대회는 오는 21일 일본 센다이 시 제비오아레나에서 열린다. 지난 2006년 시작된 이 대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지난해는 런던올림픽 예선으로 열리지 못했다.
센다이 시는 당시 대지진 때 6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피해가 컸던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것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위로와 침체된 지역 경제 부양의 성격이 짙다. 센다이 시는 최근 피겨 NHK트로피를 비롯해 올 여름 배구 그랑프리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열었거나 계획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탑매치를 앞둔 19일 뜻깊은 행사도 열렸다. 출전 선수들이 일본 대지진 재해 지역을 돌아보고 그날의 참상을 돌아본 것. 한국 V리그 챔피언 삼성화재, IBK기업은행과 일본 V리그 우승팀 사카이, 히사미츠 선수들은 바닷바람으로 쌀쌀한 날씨에도 폐허가 된 유리아게 중학교 등 지역을 둘러봤다.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이 된 피해자들을 기리는 시간도 가졌다.

10년째 센다이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 유학생은 "시내 중심지는 그나마 나았지만 평평한 지역의 연안 쪽 피해가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곧 "한때 다른 곳으로 이주했던 사람들도 이제 점점 센다이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단은 센다이 시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최고의 플레이도 다짐했다. 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는 "센다이 시의 대지진을 다시 한번 뜻깊게 생각하는 탑매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많은 아픔을 겪은 센다이 주민들께 좋은 경기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도 "3년 만에 재개된 탑매치에 참가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밝혔다.
두 감독을 비롯해 삼성화재 고희진, 박철우와 IBK기업은행 이효희, 김희진 등 간판 선수들은 지역 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배구 클리닉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키가 클까요?" "배구를 잘 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한일전에 대한 흥미를 넘어 대회에 대한 의미를 더욱 확장해가고 있는 한일 탑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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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