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익수' 고영민, ’살기 위한‘ 외야 겸업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20 09: 04

6년 전 주전 2루수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자리를 잃을 위기로 인해 외야 겸업까지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가 있었을까. 그러나 길고 긴 슬럼프에 허덕이는 동안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다. ‘2익수’, ’고제트‘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고영민(29, 두산 베어스)이 이제는 외야수 출장도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영민은 지난 19일 잠실 한화전에서 이종욱을 대신해 6회 중견수로 교체 출장했다. 2002년 데뷔 이래 선발 라인업 명단 고영민의 이름 앞에는 대부분 2루 포지션을 뜻하는 4번이 앞에 있었다. 3루에 선 적도 있었고 2009년 WBC 전지훈련에서는 유격수 수비 훈련도 했으나 고영민=2루수라는 공식이 절대적이었다.
데뷔 첫 중견수로의 출장에 대해 구단 측은 “고영민이 지난 18일 훈련서부터 외야수로 수비 훈련을 했다”라고 밝혔다. 한화 타자의 타구가 고영민 쪽으로 날아간 것은 두 차례. 8회초 김경언의 3루타는 수비 시프트 뒤로 크게 넘어갔고 9회초 한승택의 타구는 고영민이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2006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팀의 주전 2루수로 나서는 동시에 창의적인 수비 시프트 전개, 빠른 발을 앞세운 베이스러닝으로 2007년 골든글러브,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까지 한 몫 했던 고영민은 2009시즌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고비마다 발목 부상, 허리 부상, 허벅지 부상이 고영민을 덮쳤고 슬럼프도 지독하게 쫓아왔다.
그 사이 후배 오재원이 빠른 발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 고영민 이상의 컨택 능력까지 보여주며 2루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지난 시즌에는 최주환, 올 시즌에는 허경민이 2루수로 출장했다. 허경민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최주환도 3루 수비가 가능하다. 그에 반해 고영민은 2루 특화 선수다. 주루 능력과 상대 타자에 따르는 시프트 전개, 수비 범위는 고영민이 우위에 있으나 이제는 그 능력으로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고영민이 트레이드 선상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무성했다. 지난 4시즌 동안 주전으로서 커리어는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타 팀에서는 최소의 피해로 고영민을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두산 측이 쉽게 내주기 힘든 상황이다. 건강할 때의 고영민은 내야 땅볼 때 2루에서 홈까지 그대로 달려 세이프되는 등 베이스러닝에 있어 가장 창의적인 주자였다. 지난 시즌 중반 두산이 연승 행진을 달릴 때도 고영민의 몫이 컸다. 건강한 고영민이 얼마나 위협이 되는 지 가장 잘 아는 팀은 두산이다.
결국 고영민이 외야수로까지 나서게 되었다는 것은 살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면 결국 두산에서 효용 가치가 떨어지게 되며 트레이드도 쉽지 않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선수 생명을 걸고 모험에 나선 고영민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