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더비', '군클라시코'로 관심을 모은 상주 상무와 경찰축구단이 첫 격돌부터 K리그 클래식의 슈퍼매치(수원 삼성 vs FC 서울) 못잖은 경기력을 뽐냈다.
상주는 지난 20일 오후 안방인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챌린지 경찰청과 5라운드 홈경기서 전반 16분 김영후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16분 이근호의 만회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궂은 날씨와 2부리그(챌린지)라는 한계에 부딪혀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으나 1부리그 최고의 더비로 꼽히는 슈퍼매치에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했다. 홈팀 상주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 이근호를 필두로 김재성 이호 최철순 김형일 이재성 이상호 하태균 등이 선발로 나섰고, 이승현 정훈 김동찬 백지훈 등이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에 맞서는 경찰청도 챌린지 득점 선두 정조국(4골 1도움)을 선봉에 세운 채 김영후 염기훈 오범석 배기종 양상민 등으로 하여금 뒤를 받치게 했다. 정조국과 함께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양동현(3골 2도움)과 문기한 등은 벤치에서 출격 명령을 기다렸다.
뚜껑을 열기도 전부터 수장의 장외 설전이 볼만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이 "올 시즌 경찰청과 5번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자, 경찰청의 조동현 감독은 "축구라는 게 맘대로 되나"라고 맞받아쳤다.
경기장 안에서는 당연히 불꽃이 튀었다. 경기 내내 쉼 없이 치고 받았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비단 1부리그 빅매치에 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 다만 결정력은 옥에 티였다. 양 팀은 도합 24개의 소나기슈팅을 퍼붓고도 단 2골에 그쳤다. 전반 16분 경찰청의 김영후가 장군을 부르자 후반 16분 상주의 이근호가 멍군을 불렀다.
첫 번째 전쟁은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설전은 계속 됐다. 선제골을 넣은 김영후가 "우리는 군경더비가 아니다. 경군더비다"라고 기선을 제압하자 만회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근호(4골)도 "발음하기 편한 게 좋은 거 아닌가. 당연히 군경더비다"라며 옥신각신했다.
총성 없는 첫 번째 전쟁은 무수히 많은 스토리를 양산하며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오는 6월 1일 오후 7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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