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즌 첫 승이다. 서울이 길고 긴 부진의 터널 끝에서 대구를 꺾고 어렵사리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FC서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8라운드 대구FC와 경기서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한 데얀을 앞세워 4-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시즌 첫 승에 성공, 1승 4무 3패(승점 7)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데몰리션' 데얀과 몰리나가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데얀과 몰리나는 각각 1골 2도움, 2골을 기록하며 3골 2도움을 합작,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차두리 역시 네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 데뷔 이후 첫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이름에도 불구, 7경기 연속 무승(4무 3패)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서울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승리였다. 최용수 감독 역시 "심리적으로 무승부, 패배의식을 털어버렸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승리 자체에 가치를 뒀다.
하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4골을 퍼부은 공격력에 비해 경기 중간중간 위기 장면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낸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제외하고는 매끄럽게 공격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잘 보이지 않았고, 상대 역습 상황에서 뒷공간을 열어주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특히 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포백라인이 아사모아를 완전히 놓친 장면이나 전반 32분 아사모아가 황순민에게 연결한 공격을 제때 끊어내지 못한 장면은 모두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장면이었다.
최 감독도 이 점에 대해 인정했다. 최 감독은 "90분 안에 위험한 상황이 많이 나왔고 공수 균형에서도 문제가 나왔다. 하지만 실수를 줄였고 마지막까지 실점하지 않겠다는 강한 집념을 선수들이 보여주지 않았나"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차두리 역시 이날 승리로 팀의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생각하기보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승리했다고 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아니다. 분위기가 좋아질 수는 있지만 다음은 또 새로운 싸움이다. 우리가 경기 전에 가졌던 정신력을 똑같이 갖고 임하지 않으면 오늘 승리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오늘 승리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감뿐이다. 나머지는 다 버려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승리에서 얻은 자신감을 빼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한다는 차두리의 말은 "이제부터 차분히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최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상처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서울은 첫 승을 발판으로, 더 나은 경기력과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시 레이스를 시작해야한다. 서울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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