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이 생각난다. KIA가 주연급 조연들의 맹활약에 웃음 짓고 있다.
KIA는 20일 현재 10승4패(승률 .71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 때부터 폭발한 방망이가 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2할8푼1리의 팀 타율은 전체 3위지만 3할9푼1리의 출루율은 리그 선두다. 타점도 91점으로 가장 많다.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그리고 2사 이후에서의 집중력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지난해 타선 침체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한결 나은 행보다.
더 긍정적인 것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KIA는 쾌조의 활약을 선보였던 김주찬을 시즌 4경기 만에 부상으로 잃었다. 전반적인 팀 타선 구상이 꼬일 위기였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중심 타자들도 아직은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 ‘LCK’포의 한 축들인 이범호는 타율 2할1푼6리, 김상현은 1할7푼2리다. 홈런은 없다. 안치홍(.189) 김원섭(.125)도 아직은 타율이 1할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KIA의 득점 지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나머지 선수들이 주축 선수들의 몫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타선에서는 ‘LCK’에 비해 다소 조명을 덜 받았던 나지완의 활약이 눈부시다. 타율 3할4푼8리(리그 10위), 14타점(공동 3위)으로 최희섭과 함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16개의 안타 중 절반인 8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였고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계인 OPS는 무려 1.091이다.
김주찬의 공백은 신종길과 김선빈이 번갈아가며 메우고 있다. 상대 선발 투수 유형에 따라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을 오고가며 맹활약 중이다. 만년 유망주로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신종길은 시범경기의 기세를 정규시즌까지 이어가고 있다. 4할의 타율은 팀 내 최고이자 리그 4위에 해당되는 성적이고 5할의 득점권 타율을 앞세워 벌써 13타점(리그 6위)을 수확했다. 김선빈 또한 타율 3할5푼8리, 6도루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IA 타선 구성에 짜임새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망이는 필연적으로 기복이 있다. 모든 선수들이 동시에 폭발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할 때 이를 메워줄 선수들이 있다면 최대한 기복을 줄여가며 시즌을 운영할 수 있다. 시즌 초반 KIA가 이런 이상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를 걸 만한 부분도 있다. 현재 부진한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경험이 풍부하다. 꾸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평균을 향해 달려갈 가능성이 높다. 연쇄 폭발을 기대할 수 있고 설사 현재 선수들이 다소간 슬럼프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를 메워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KIA를 올해 우승후보로 분류할 수 있는, 그리고 확실히 지난해와는 타선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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