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던 SK의 베테랑 야수들이 하나둘씩 복귀 채비를 마치고 있다. 신예 선수들이 치고 나갔던 SK의 야수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그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SK는 20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나주환(29·내야수) 정상호(31·포수) 조동화(32·외야수)를 1군에 등록했다. 모두 SK의 왕조를 이끌었던 역전의 베테랑들이다. 대신 박승욱(21·내야수) 정진기(21·외야수) 김정훈(26·포수)이라는 젊은 선수들이 2군으로 내려갔다. 신예 선수들로 라인업을 대거 채우기도 했었던 SK에서 기존 선수들이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올해 팀에 복귀한 나주환은 전지훈련을 앞두고 허벅지 부위에 부상을 당해 지금껏 재활군에 있었다. 복귀 첫 시즌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정상호는 전지훈련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고 고질병인 허리도 좋지 않아 오키나와 캠프에서 조기귀국했다. 무릎 재활을 거쳐 지난해 막판 복귀했던 조동화도 올해 첫 1군 등록이다.

세 선수는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장하며 컨디션을 조율 중이었다. 나주환이 5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1홈런, 3타점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정상호는 5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에 그쳤지만 5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4할6푼2리의 수준급 출루율을 선보였다. 조동화는 9경기에서 타율 2할7리로 방망이 감은 좋지 않았으나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세 선수 한 때 SK의 주전으로 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나주환은 2010년 입대 전까지 SK 부동의 유격수였고 조동화는 외야의 한 축을 맡았다. 정상호는 박경완과 함께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쓰며 SK 투수들을 훤히 꿰차고 있다.
세 선수 모두 첫 1군 합류인 만큼 기대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주환은 유격수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SK는 박진만 최윤석 김성현이라는 세 명의 유격수를 번갈아가며 기용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 다소 불안한 장면을 여럿 연출했다. 나주환이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주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정상호는 당초 이만수 감독이 주전 포수로 낙점했던 선수다. 수비력이 뛰어난 정상호의 가세로 최근 타격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조인성의 활용폭도 넓어질 수 있다. 조동화는 외야 수비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은 물론 최근 점차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팀 기동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박정권 안치용에 이어 세 선수까지 1군에 합류함에 따라 SK 야수진은 무게감이 더해졌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김강민 박재상, 그리고 여전히 2군에 있는 박경완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의 용사들이 모두 뭉치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세 선수를 위시로 한 기존 선수들이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까. SK의 생사를 쥐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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