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에게 핑계는 없었다. 반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쓴 맛을 봤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이 4점대(4.01)로 올랐다.
류현진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는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경기 홈런 2개를 맞았고, 3경기 연속 이어온 퀄리티 스타트 행진도 깨졌다. 팀`타선이 일찌감치 4점을 지원하며 넉넉한 리드를 안고 시작했으나 볼티모어 타선의 집중력에 순식간에 무너졌다. 데뷔 후 최다 5실점으로 무너졌으니,첫 실패라 할만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여러모로 변수가 많았다. 당초 예정된 20일 경기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우천으로 하루 연기됐다. 이날 류현진은 경기 시작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불펜에서 대기했고, 연기 결정이 통보된 뒤 불펜에서 30개 공을 던졌다. 평소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 그에게는 분명 낯선 과정이었다.
여기에 이날 경기장 날씨도 좋지 않았다. 오후 1시 낮 경기였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고, 바람도 적잖게 불었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 제이슨 하멜도 고전했다. 볼티모어의 에이스 하멜은 경기 초반부터 제구 난조를 보이며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우천 연기된 영향 같은건 없다. 영향이 있다면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이다. 타자들이 득점을 많이 내줬는데 지키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날씨에 대해서도 "어제보다는 괜찮았다. 내가 준비를 잘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포수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지난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2승째를 합작한 15년차 베테랑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호흡을 맞춘 패스트볼 속도-구위 저하에도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뛰어난 볼 배합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포수 사인에 많이 따랐다. 그런데 내가 잘 못 던졌다"며 오히려 미안해 했다.
성원을 아끼지 않은 한인들에 대한 감사함과 죄송스런 마음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과 1시간 거리로 인접해 있는 볼티모어에는 많은 한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류현진에게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한인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다음에는 이길.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련을 맛본 류현진이지만 어떤 핑계도 없이 자신의 탓으로만 돌렸다. 실패를 통해 반성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그는 "오늘 경기를 생각해두고 다음부터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류현진이기에 그의 첫 부진에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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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