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침묵' 6연패 수렁 LA 다저스 라커룸 가보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4.21 12: 06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샤워실에서 나는 물 소리가 더욱 적막감을 들게 했다. 
LA 다저스가 충격의 6연패를 당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연봉팀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작한 다저스는 그러나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더블헤더 1~2차전 모두 완패했다. 선발 류현진과 조쉬 베켓이 차례로 무너져 무기력하게 졌다. 7승10패가 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점점 하위권이 되고 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패한 뒤부터 다저스 라커룸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4-0으로 넉넉히 리드한 경기를 뒤집히며 더욱 큰 아쉬움이 느껴졌다. 특히 동점 상황에서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무너진 구원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라커룸에서 고개를 푹 숙이며 한참 동안 괴로워했다. 

2차전마저 패한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샤워실에서 들리는 물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특히 선발로 나와 홈런 2방 포함 6실점한 조쉬 베켓은 땀이 식지 않은 채로 자신의 라커룸만 멍 하니 바라봤다. 그의 멘트를 얻기 위해 라커룸을 찾은 현지 기자들도 베켓이 마음을 추스릴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보통 야간 경기를 치르고 나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하는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식사하는 선수들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선수들이 식사 대신 샤워를 하고 제 각각 옷을 갈아 입으며 퇴근하기에 바빴다. 구원투수 켄리 잰슨이 허기가 졌는지 과자를 입에 댔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누구도 함부로 소리를 못 냈다. 
평소 라커룸 분위기를 주도한 '쾌남' 맷 켐프 역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진 루이스 크루스도 자신의 라커 의자에 앉아 배트를 만지작 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팀 타선 부진에 책임을 느꼈는지 마크 맥과이어 타격코치 역시 라커룸 한켠에 비치된 모니터에서 경기 비디오를 돌려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모든 패배의 분위기는 결국 돈 매팅리 감독이 책임졌다. 경기 후 라커룸 내 감독실에서 취재진을 상대한 매팅리 감독은 6연패의 충격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금새 자라난 수염은 그를 더욱 수척하게끔 보였다. 매팅리 감독은 "찬스를 너무 살리지 못했다. 분위기를 되살려야 한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 장면을 네드 콜레티 단장 역시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류현진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다르지 않았다. 평소 절친한 크루스와 장난을 치곤 했던 그였지만 이날은 조용히 서둘러 퇴근했다. 6연패의 무거운 침묵이 다저스 라커룸을 감쌌다. 연패 분위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과연 다저스가 언제쯤 이 무거운 침묵을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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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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