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LA 다저스 한국인 투수 류현진(26)은 쓴맛을 봤고, 볼티모어 오리올스 대만인 투수 천웨인(27)은 시즌 첫 승에 활짝 웃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다저스의 인터리그 더블헤더 경기. 공교롭게도 한국과 대만의 특급 좌완 투수들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출격했다. 류현진이 1차전, 천웨인이 2차전으로 등판 순서는 엇갈렸지만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두 투수가 직접적으로 맞대결한 건 아니지만 류현진은 울었고 천웨인은 웃었다. 1차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좋지 못한 투구내용을 보였다. 반면 천웨인은 6이닝 3피안타 4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두 투수의 가장 큰 차이는 패스트볼에 있었다. 류현진과 천웨인 모두 이날 경기에서 평소보다 공이 빠르지 않았다.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기온이 낮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경기장 환경에서 베스트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었다. 패스트볼 구속을 보면 류현진이 최고 91마일(147km) 평균 89.5마일(144.1km)이었고, 천웨인은 최고 92마일(148km) 평균 89.7마일(144.4km)로 비슷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 대신 변화구 위주로 피칭했다. 투구수 94개 중 패스트볼은 40개로 42.1%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체인지업(30개)-커브(17개)-슬라이더(8개) 등 변화구 비율이 더 높았다. 류현진의 변화구는 이날도 효과적이었지만, 정작 패스트볼을 던질 때마다 통타당했다. 이날 류현진은 27타자 상대로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던진 게 10차례였는데 그 중에 5개가 안타로 이어졌다. 안타 8개 중 5개가 패스트볼이었던 것이다.
반면 천웨인은 패스트볼 위주로 정면 승부했다.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다. 94개 공 중에서 64개가 패스트볼로 68.1% 비율을 차지했다. 체인지업(15개)-슬라이더(14개)-커브(1개) 비율은 높지 않았다.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볼넷 4개를 허용했지만, 힘 대 힘으로 과감하게 승부한 것이 통했다.14타자에게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던졌고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다. 특유의 볼끝 무브먼트가 살아있었다.
이날 경기 후 천웨인은 "첫 승을 올려 기분이 좋다. 그러나 패스트볼 구속이 평소보다 덜 나왔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며 만족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천웨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1.0마일(146.5km)이고, 최고 95.1마일(153.1km)까지 던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즌을 치를수록 공이 더 빨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천웨인은 류현진에 대해서도 "좋은 투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변화구가 좋아 보인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류현진으로서는 지금의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를 더 끌어올리거나 변화구와 제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구속이 안 나와도 볼끝으로 승부하는 천웨인 스타일이 이날 만큼은 류현진보다 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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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